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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e Sep 14. 2022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꼰대가 아닐 확률

원래 제목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꼰대가 아닌 확률이 높습니다'인데

30자를 초과하면 등록이 불가해 제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브런치는 제목을 통해서도 글을 함축적으로 쓸 수 있게 훈련을 시켜준다.

브런치 쵝오!




필자는 '꼰대' 단어를 정말 싫어한다. 그 대상도 그렇다.

살아생전 수많은 꼰대들을 만나와서 그런지 꼰대를 마주치면 아주 치가 떨리도록 싫어하며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럼 누가 꼰대이고 누가 꼰대가 아닌지 묻노라면

길지 않은 세월 속에서 마주친 꼰대들로 인해 누가 꼰대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꼰대' 란 단어는 90년대 이전까지는 '영감탱이' 정도 의미의, 젊은 세대가 아버지나 선생님 등의 기성세대를 불량스럽게 지칭하는 은어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재는 기성세대 어른을 단순히 비꼬는 의미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생활양식에 부당하게 간섭하려는 기성세대를 가리키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꼰대'의 의미는 바로 후자에 가깝다. 본인의 인생의 경험만으로 자신보다 경험이 없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부당하게 간섭하고 훈계하는 바로 그 꼰대 들 말이다. 물론 이 꼰대의 대상에 나이는 전혀 상관없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젊은 꼰대'가 바로 그 이유를 뒷받침해준다.


사실 대화의 상대가 꼰대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알려고 하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자신의 본모습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 방어적인 태도가 있기 때문에 첫 만남, 첫인상에서 꼰대를 구분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년간의 꼰대 경험으로 인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인 필자는 첫인상이나 대화에서 90%가 넘는 정확성을 가진 꼰대 판별법으로 나름 꼰대들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꼰대의 특징

1. 대화에서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꼰대들의 대화의 특유의 제스처들이 있다. 남의 이야기에 전혀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대화를 듣고 가벼운 미소만을 지을 뿐. 꼰대와 대화하다 보면 묘한 느낌의 대화의 벽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텐데 대부분의 꼰대들이 상대의 대화에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적당한 반응을 한다 하더라도 전혀 공감 못하는 표정과 눈빛으로 상대를 쳐다보고 있다. 


대화에는 흐름이 있다. 주고받고 공감하는 감정이 섞인 대화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섞는다. 꼰대들은 모든 포커스가 자신에게만 맞춰있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감정으로 말을 하고 있는지 공감을 전혀 하지 못하고 본인의 감정만 장황하게 풀어놓는다. 대화의 티키타카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2.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다 보면 여러 주제들이 오간다. 꼰대들은 모든 주제를 다 알고 경험했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본인이 모르는 주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모르는 주제를 슬쩍 본인이 아는 주제로 바꿔치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본인이 구축해가는 벽을 쌓고 그 위에 올라 스스로 우월감에 취해 대화 상대를 한없이 내려다본다. 


3. 모든 것을 가르치려 든다.

동등한 입장에서의 대화를 전혀 모른다. 항상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경험이 없어서 그래, 바보라서 그래' 등등의 말로 상대를 낮게 여기고 모든 상황을 본인의 경험으로 가르치려 든다. 일명 

'답정너'라고 '답은 정해져 있어 넌 하기만 해'의 태도로 모든 대화를 일관되게 진행한다.


반면 꼰대가 아닌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하더라.


1.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우선 상대의 말을 깊게 경청한다. 다행히 그런 어른들을 많이 만나봤다. 그들은 상대의 눈빛이나 반응 감정에 깊이 공감한다. 필자도 살면서 이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깊이 깨달는다. 상대의 말에 공감을 한다는 것은 그 대화의 시간에 상대에게 깊이 빠져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모든 대화를 진중하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인의 말 보다 상대의 말을 더 들으려고 노력한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2.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꼰대가 아닌 사람들은 대화에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화의 티키타카를 통해 같이 생각을 확장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게 도와준다. 어차피 사람들은 본인의 생각과 기준이 있고 설사 고민을 토로하더라도 어느 정도 정해놓은 답을 알고 있다. 대화의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본인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는 정도이지 어떤 답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상대의 선택에 동조하고 응원을 해준다.


3. 대화가 솔직하다.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는다. 대화가 담백하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기도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못한다고 한다. 대화의 뒤끝이 없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하고 나면 딱히 답이 없지만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감정을 공유했기에 만족스러운 대화였다고 느낀다. 




꼰대인지 아닌지 판단은 대화에서 이뤄진다.

필자는 상대가 정말 좋은 사람임에도 대화 속에 드러나는 꼰대의 모습이 나타나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이는 필시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도 생각된다. 본인의 좋은 성품을 대화에서도 나타내면 좋을 텐데 꼭 대화만 하면 꼰대의 모습이 나타나는 사람이 적지 않게 보인다.

그만큼 대화가 중요하다. 짧게 나누는 대화 속에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다.


좋은 사람과의 대화가 고픈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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