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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Sep 20. 2024

그땐 아니었는데, 지금 보니 맞았던 것.

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11

나이 서른에 일이 싫어졌다며 돌연 퇴사를 한 지인이 있었다. 

그때 내 나이 23이었고, '저 나이에 퇴사해서 어쩌려고 저러지?'라고 생각했고 계획 없이 놀러 다니는 그를 보며 '저래도 되나 속편 해서 좋겠다' 생각했다. 

 SNS에 사치품과, 호캉스와, 오마카세를 피드에 매일 같이 올리다가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환경 보호가 모토인 회사에 들어갔고 거기서 본인의 추구미와 정 반대인 곳에서 겉돌고 있는 것을 보며 '저게 정작 자신이 꿈꾸던 회사 생활이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에 힘들다는 게시글을 올리면서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때의 나는 그 지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속단해 버린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

그때의 23살의 내가 한심스러워하던 서른이 된 지금. 그땐 한심스러워하던 그 처럼 새로운 길로 쭉쭉 뻗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들이 참 많다. 


잠시 후 로테이션 가기로 했던 매장 매니저님이 연락이 왔다. 


"대리님께 얘기 들었어, 혹시 로테이션 오기 싫어서 그런 거야? 네가 갑자기 그럴 애가 아닌데... 난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거기에 계속 있어도 돼..."


너무 놀랐다. 다른 지점으로 가시기 전에 우리 매장에서 같이 일했던 매니저님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매니저님이었다. 대리님이 중간에서 소통할 테니 나한테는 일단 대기하고 있으라 하셨는데, 그게 그 사람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 줄이야. 

미안한 마음에 손가락이 방황했다. 그게 아닌데. 없는 말주변을 이용해 오해를 풀어야 했다. 


"매니저님 사실 이건 비밀인데, 퇴사 생각을 계속하던 와중에 로테이션이 되면 양쪽 매장에 제가 폐를 끼치게 될 것 같아 일이 진행되기 전에 퇴사 처리를 요청드렸어요. 오해예요 매니저님"


없는 넉살을 떨어가며 오해를 풀고 싶었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매니저님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흘러가긴 싫었다. 


"그래! 네가 그럴 애가 아닌데, 응원해~"


네가 그럴 애가 아니라는 말. 저 말이 나는 왜 이렇게 위로가 될까? 


2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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