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양 Sep 20. 2024

모두가 바랬던 나의 퇴사

무명배우여서, 퇴사합니다. 240913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 넌 퇴사해야 해"라고 축하해 주었다.

남의 밥 줄이 끊기는데 무슨 태평한 소리인고 하겠지만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마음 한편 응원이 차곡차곡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알면서도 퇴사한다는 말에 "그럼 뭐 먹고살게?"라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일찍 퇴근하는 날엔 학원을 갔고, 감사하게도 오디션 일자에 맞춰 매니저님은 근무를 빼주셨고, 밤을 새우고 촬영하고 거의 죽어있는 등. 배우로서 대단한 삶을 산 것도 아닌데,

나의 속사정을 아는 지인들은 퇴사를 해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해주었다. 


괜한 말 나오는 게 싫어 백화점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본업이 있는 걸 모른다. 

생각조차 못했을 거다. 몇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사람이고, 윗사람이 바뀌어도, 아랫사람이 바뀌어도 나는 항상 있었으니까. 


매장에서 허공을 보며 대본을 외우다가 눈을 마주친 옆매장 직원들은 내가 정신 나간 여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백화점 오픈 전 모두가 화장하느라 바쁜 시간에, 인사불성으로 테이블에 엎어져서 잠이 든 나를 보며 '숙취에 정신 못 차리는군.'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나의 퇴사를 축하해 주는 사람들에게 되려 축하를 주고 싶다. 

내가 불안할 때, 괜찮다고 위안을 건네줄 수 있는 당신이군요, 대단한 능력을 가지셨어요! 축하합니다. 


감사한 날들의 반복이다. 


240913



작가의 이전글 그땐 아니었는데, 지금 보니 맞았던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