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종종 하던 말을 기억한다.
"아이고~마 정신 사납다!"
"속 시끄러워 죽겠다!"
주로 할 일들이 쌓여있거나 주변이 어질러져 있을 때, 걱정이 있거나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을 때 그런 말들을 하신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보니 나도 종종 정신이 사나울 때가 생기고, 속이 시끄러울 때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어린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나 싶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이 되기 싫다고 했다. 두 살짜리 사촌동생을 보면서 좋을 때라며 자기도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단다.
어린이의 삶이 예전보다 더 팍팍해진 건지, 아이들이 현명해진 건지 알 수 없다.
어른이 된 나는 소란스러움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다. 여기서 소란스러움은 신나게 시끌벅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시끄러움이다.
특정 공간에서 특정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안에서 늘 소란스러움을 일으킨다.
청각을 마비시키는 그 소란스러움이 버겁다.
마음속에 지분을 넓혀가면서 조용함을 몰아내는 그 소란스러움이 성가시다.
횟수가 거듭되어도 그 소란스러움은 언제나 낯설다.
소란스러움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남을 욕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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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움에 담가진 나를 겨우 건져낸다.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하다.
그런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떠남을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