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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의 새벽별 Jul 06. 2022

꾸준함에 대한 헛소리 혹은 변명

가늘고 길게 연명하듯 눈 감는 그날까지 쓰고 싶다


꾸준하다는 것의 정의는 뭘까.

사전적 정의는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 있다.’이다. ‘한결같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다는 말이고, ‘부지런하다’는 말은 어떤 일을 꾸물거리거나 미루지 않고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꾸준함을 가진 사람일까.

오늘 아침 요가 클래스에서 복근을 기르는 자세를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내 몸 위로 날아와 꽂히는 요가 샘의 말.

“유연하기만 하고 근력이 없는 사람은 나약하죠.”

나약함.

나와 상관없는 단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마음에 와 박혔다면 이유가 있겠지. 나는 끝맺음이 허술한 사람이다. 도마뱀도 아닌데 왜 자꾸 꼬리가 안 보일까.


그럼에도 자기 합리화에 하고 싶은 나는 기어코 책 속에서 한 구절을 찾아낸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학문을 닦는 사람이 바로 이 유형에 속한다. 얼핏 보면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재능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고 또 어지간히 의지만 있으면 될 것도 같다.
-중략-
열정도 재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고갈되지 않는 열정은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열정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 또한 하나의 재능이라는 말인데 나에게는 이러한 재능이 없다는 결론이다.

나는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무엇을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긴 삶을 놓고 되돌아봤을 때 띄엄띄엄, 겅중겅중 걸어오면서도 지금까지 계속해왔던 것들이 있다. 때로는 길게 쉬어 갈 때도 있었고, 때로는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가늘게 겨우겨우 연명하며 지금까지 끝내 놓지 않고 해 오는 것들이 있다.

나의 사전에서 ‘꾸준함’이란 매일같이 꾸물거리지 않고, 미루지 않고 하는 것이 아니다. 쉬어 갈 때도 듬성듬성해나갈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손에서 놓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지금까지 해내고 있는 것이다.


시든 꽃에 물을 주 듯, 시들만 하면 물을 주고 또 시들만 하면 물을 준다.

그러다 결국에는 꽃이 필 수도 있는 거라고 시답잖은 변명을 해본다.


띄엄띄엄 글을 쓴다. 그러다 보면 혹시나 매일 쓰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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