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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룡 Mar 30. 2022

달러구트 꿈 백화점/불편한 편의점

이미예/김호연

회사에서 밀리의 서재 구독권 이벤트를 했다. 나는 10년 가까이 전자책을 봐와서 종이책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책 구독 서비스에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편독이 심하고 구독 서비스에는 내가 찾는 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독서 클럽이나 독서 단톡을 하면서 취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추천받은 책을 읽다 보니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서 독서 스타일을 좀 더 넓혀 보기로 맘먹고 이벤트를 신청했다.


예상대로 내가 점찍은 책은 잘 보이지 않지만, 권수에 상관없이 같은 돈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아무 책이나 쉽게 펼쳐 읽게 되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체험 한 달 사이에 예전의 나라면 펼치지도 않았을 책을 몇 권 읽었다. 개중에 이 두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불편한 편의점>은 어쩐지 느낌이 비슷해서 묶어서 감상을 써보려고 한다. 


소설, 희망을 이야기하다

어둡고 잔인하거나, 시대의 문제점을 다루거나, 놀라운 반전을 주는 것만이 소설이 아니라는 걸 요즘 우리나라 소설을 보면서 깨닫는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불편한 편의점>은 비록 힘든 현실을 겪는 사람도 나오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회사 도서관 추천 도서다. 말랑말랑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일단 앞부분만 보고 결정하자 싶어 펼쳐 보았는데, 글을 워낙 재미있게 써서 한 번 펼치면 그냥 쭉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가 잠든 후의 세상에서 사는 페니다. 페니는 잠들어서 꿈을 찾아드는 사람 또는 동물에게 멋진 꿈을 파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합격해 사장인 달러구트씨, 그리고 각 층 매니저들에게서 고객에게 꼭 맞는 꿈을 파는 법을 배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잠이 든 후 꿈을 꾸려고 달러구트 백화점이나 기타 상점에 꿈을 사러 온다. 그렇게 사온 꿈 값은 꿈을 꾸고 느끼는 감정으로 지불하는데, 그 자신은 꿈을 사고 값을 지불했다는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개중에는 그걸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에 관해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다. 혹시 2부에서 다루지 않을까?


<불편한 편의점>은 밀리의 서재 베스트 도서다. 주인공은 술을 많이 마셔 기억을 잃고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독고 씨. 다른 노숙자가 주운 지갑을 뺏어 주인에게 돌려준 인연으로, 주인 염 여사가 운영하는 편의점 야간 알바가 되었다. 오전과 주간 알바들은 말도 어눌하고, 세상 돌아가는 방식도 모르고, 한 때 노숙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처음에는 그를 다소 꺼리지만, 선량하고 제법 일도 잘 배우고 두 사람을 도와주기도 해서 나중에는 기꺼워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이 기회를 얻었을 때

페니와 독고 씨는 둘 다 기대하지 않은 직업을 얻었다. 페니는 꿈에 관한 소신으로 사장 달러구트 씨의 호감을 얻었고, 독고 씨는 선량한 마음으로 염 여사를 도와줬기에 염 여사의 호감을 얻었다. 알고 보면 두 사람 다 평범하진 않지만, 두 소설 모두 시작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기회를 얻으면서 시작한다.

진행 과정은 조금 다르다. 페니는 가끔 센스 있는 일도 하지만 보통은 달러구트 씨를 따르면서 여러 가지 배워나가면서 에피소드를 하나 둘 소화하는 반면, 독고 씨는 큰 덩치와 느린 반응을 이용해 좀도둑, 진상 고객 등을 해결하고 단골의 어려움을 도와준다. 그래도 둘 다 큰 실수나 실패 없이 잘 해쳐나간다.


초반에는 꿈 백화점이 왜 생겼고 어떤 일을 하는지, 독고 씨가 편의점 일과 다른 아르바이트와의 관계에 어떻게 적응해나가는지 등을 이야기하다가, 후반부터는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등장인물이 하나 둘 나와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도 두 소설이 비슷하다.


꿈속, 그리고 현실 속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이야기는 모두 따뜻한 결말을 맺는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꿈꾸면서 점차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사람들, 그리운 옛사랑 꿈만 꾸다가 새 사람을 찾아 옛사랑을 잊기로 한 사람, 크리스마스 때 혼자 남아 외로움에 가족 꿈을 꾸다가 일찍 돌아온 가족을 만나는 강아지 등등. 꿈 백화점에는 무슨 의미인지 곱씹어 볼 필요도 없는 따스하고도 따스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꿈속의 어려움은 현실의 어려움과는 달리, 꿈꾸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거나 잊고 있었던 무의식 속의 어려움이어서 그런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갈등도 없고 심각한 현실도 없어서, 마치 동화 같다. 그래서 따스하고 그래서 희망차다. 심각한 것보다는 마음 편히 예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불편한 편의점>은 이보다는 다소 현실적이다. 일은 바쁘고 회사일은 어렵고 가족에게는 사랑받지 못하는 중년 남자 이야기, 배우에서 극작가로 변신했지만 쉬이 무대에 올리지 못해, 마지막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여자 이야기가 그렇다. 퇴근길에 늘 편의점에 들러 혼자 혼술 하다가 편의점 독고 씨의 지나친 간섭에 짜증이 난 중년 남자는 본의 아니게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되고, 본의 아니게 딸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알게 된다. 절필을 각오하고 글 쓰기 시작한 여자는 편의점 독고 씨의 지나친 친절이 귀찮지만, 왜 저렇게 사나 싶어 지켜보던 독 고 씨의 생활에서 소재를 발견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비교하면 좀 더 어둡고 현실에 찌든 사람들이 독고 씨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이야기다. 그래서 따뜻한 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끝이 있거나 없거나

페니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꾸는 사람들과 꿈 만드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나열하다 보니 딱히 끝이라고 할 것이 없다. 페니가 꿈 백화점의 사장이 되거나 대박 꿈을 만드는 등, 어른인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결말 같은 건 생각하지도 말자. 그래서 2부도 나왔겠지.

독고 씨 이야기는 끝이다.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제가 누군지조차 잃은 독고 씨가 제법 일을 잘한 것은, 본래 가진 머리가 있어서였다. 쓸데없이 따져보자면, 돈과 명예를 위해 달리다가 가족과도 틀어진 그가 기억을 잃었다고 선량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다소 뜬금없긴 하지만 그 덕분에 남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 자신마저 새 희망을 품게 된다는 흐름은 나쁘지 않다. 


두 소설 모두 쉽고 재미있으니 마음이 어두울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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