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2023년 11월 26일에서 12월 9일까지 1차로 방문한 치앙마이 여행기를 딱 1년이 지난 시점인 지금부터 더듬어 기록해보려 한다. 당시 여행하면서 작성해 놓은 여러 가지 메모와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는 지난 시간을 병존하여 적어보려 한다. 작성이 다 끝날즈음에는 지난 시간들이 단순한 여행이 아닌 기록할거리,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여행이었기를 바라며.
언제부터인가 다음 여행지는 치앙마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머물 거라면 동남아가 나을 것 같았고, 동남아 중에서도 할 거리도 많고 아무것도 안 해도 무해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의 끝에는 치앙마이가 있었다. 치앙마이는 비교적 치안도 좋은 편이고, 방콕보다 물가도 싸고, 디지털노마드와 배낭여행자의 성지로 불린다. 또한, 검색어에 '한 달 살기'를 치면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로 3년 가까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몸은 들썩였고,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금액으로 여행을 누리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상황, 주변, 사람이 전혀 다른 곳에 나를 놓아두고 싶었다. 이질적이지만 낯선 환경이 주는 묘한 위로와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다.
2022년에 위원회를 퇴사하고 혼자 온라인 사업과 홍보 컨설팅을 운영해 보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언젠가는 반드시 회사가 아닌 혼자 사회에 뛰어들 생각이라면 퇴사한 그 시점이 좋다고 생각했다. 1년간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며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2023년 연말의 끝자락에서 돌이켜보니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었다.
나도 안다. 어떻게 1년 안에 뚜렷하고 명확하게 원하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냐고. 나도 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과정이 옳으면 결국 좋은 결과로 이끌 거라고. 하지만, 연말만 되면 반짝이는 길거리 속에서 유독 나 혼자만이 반짝이지 않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올 한 해 이룬 게 없다는 사실들이 반짝이고 따뜻한 풍경에 스며들지 못하게 만든다.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돌아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 벽을 쌓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벽을 부수고 싶어서 치앙마이로 떠났다. 반짝이는 연말 대신 한여름의 연말 속에서 지난 시간에 대한 위로와 앞으로의 의지를 다독이고 싶었다. 새로운 환경에 스며들며 한 해 이룬 게 없다는 생각보다 따뜻하게 보냈다는 기억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 치앙마이 비행기에 올랐다.
늦은 밤에 도착한 치앙마이 숙소에서. 뭐니 뭐니 해도 맥주 좋아하는 집순이는 숙소에서 눕티비니 하는 맛이 참 좋다. 맥주 한 모금에 여행의 설렘이 차오른다. 잘 스며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