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표류기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 있다는 것은 즐겁다. 나에게 지겨운 이 삶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새로운 경험이다. 죽고 싶은데 동시에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정말 억울했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모순적인 포인트가 좋다. 매력적이야. 어제는 당장 사라지고 싶다가도 오늘은 마냥 아름다워 보이는 게 삶이라면 살만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마 살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해보려 할 테다. 눈 감는 그날에 후회가 없을 순 없겠지만, 할 수 있다면 최소한의 후회를 남기고 싶다. 만족까지는 바라지는 않는다고. 나는 살면서 내가 해온 모든 것에 만족이 없다. 항상 부족하고 항상 모자라다. 늘 무언가 부족함에 시달린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도전은 늘 잠 못 이루게 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이었지만, 동시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살기 위한 도구다. 새로움이 주는 짜릿함에 중독되어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중독을 대체하는 단어가 있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중독은 중독인가 보다. 중독은 병든 상태로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도 지루한 삶을 견디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겠지.
그래서 당분간은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일종의 패치를 붙여보려고 한다. 새롭지 않아도 꾸준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내야지. 운동하고 공부하고 살아가는 일상이 결코 지루하기만 한 일상이 아니라는 걸 머리 말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면서. 그러니 오늘도 나는 이렇게 쓰고 기록해 둔다. 방황하는 20대의 표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