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에 숨어든 이야기
2017. 07. 21.
We accept the love we think we deserve.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한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거든.
영화 '월플라워'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관계를 지속하는 누나를 보고 괴로워하는 찰리에게 샘이 건네는 말이죠. 메모장을 들여다보기로 한 이상, 맨 처음에 쓴 메모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한 줄의 대사가 당시엔 참 많은 눈물을 쏟게 만들었습니다. 습관적인 자기 비하로 괴로워할 때였거든요. 어쩜 내가 그렇게도 미웠을까요? 이때쯤 시작된 자기 비하와 우울은 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최근에도 불쑥 튀어나와 버리는 정말, 말 그대로 습관이 되어버렸죠.
여기서 문제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도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내가 얼마큼을 줬으면 당연히 상대방도 그만큼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했죠. 표현 방법을 이해하는 것도 서툴러서는 사랑은 말을 해야 알아차릴 수 있는 거라 생각해 대답을 강요하고는 했던 지난날도 있었습니다. 사랑이란 저울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마치 잴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어요. 가격표가 붙어 있어 나도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응원과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던 몇몇의 기억들과 작고 소소한 깨달음 몇 개 덕에 마침내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사랑을 계산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누죠. 내 안에 넘치는 사랑이 있다 생각하기로 했어요. 언젠가 고갈되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때그때 생기는 감정에 몰입하기로 했죠. 신기한 건, 그러다 보니 고갈은커녕 매일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꽤 행복해요. 누군가에겐 호구로, 그저 착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충실한 삶은 사랑 외에도 많은 것을 변화시켰습니다. 현실에 충실하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나에겐 긍정의 힘이 가득해졌고 그러니 주위에 좋은 사람들로 가득 해지더라고요.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습관적인 우울이 아직 고쳐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 걱정으로 현재를 가리진 않을래요. 그저 충실히 살아가 보렵니다. 내가 생각한 만큼 사랑을 받고 나눠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