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야 하는데 쓰지 못하는 두려움에 압도된 요즘
가슴에 멍울진 감정을 풀어내고 싶은데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고르고, 썼다가 지우다 보면
백지는 영원히 채워질 줄을 모른다.
그저 부옇게 된 머리를 쥐어뜯는다
심연에 허우적거릴 땐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표현이 나뒹굴었다
스스로를 상처 입히고 갈퀴고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면 상쾌하기까지 했다
상상 속에서는 몇 번이고 죽었다
그러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동시에 두려웠다
뭘 하며 살아야 하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와 살아서 뭐든 하자의 경계에서 아슬하게 휘청거린다
살고자 하니 멍하고
죽고자 하니 명랑하다
수많은 아이러니가 가득한 세상이라지만
고작 먹고 살기에도 벅찬 '나'의 일상에
그렇게 가득히 고뇌가 채워질 일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