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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견 Jan 03. 2022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자기랑 나랑 선별 진료소 가야 할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우리 팀에서 확진자가 나왔어. 나 지금 퇴근하는 중이야."

갑자기 걸려온 남편의 전화에 머릿속은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날은 다행히 외출을 하지 않았기에 남편의 연락을 받자마자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제발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며......

 매일 확진자 숫자를 문자메시지로 받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그리고 저희 가족도 안전하게 잘 지내도록 지켜주세요.' 이런 나의 기도는 너무나 미약했던 것일까?, 만약에 내가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다면 어떡하지? , 애들은 누구한테 부탁하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에 뒤엉켜버린 내 머릿속은 암흑 그 자체였다. 어느새 도착한 선별 진료소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전자문진을 하고 소독하고 장갑을 착용하고 드디어 내 차례다. 오른쪽 콧속으로 기다란 검체가 쑤욱 밀려 들어갔다가 나온다. 검사해준 담당자에게 "수고하세요." 한마디 겨우 하고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걱정되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대한 엄마 아빠와 접촉하지 않고 각자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내일 아침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불편해도 참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같은 사무실, 함께 점심식사까지 했던 동료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남편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안방문을 닫고 스스로 격리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불안과 걱정에 쌓여있는 아빠의 마음을 알기는 하지만, 아빠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평소보다 더 많아졌다. 안방 문을 두드리며 아빠에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문 너머로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잠을 어떻게 잤는지 모르겠다. 뜬눈으로 지새우고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9시가 좀 지나자 메시지가 왔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음성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남편은 동료의 안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했다. 고열로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색은 더 어두워졌다. 다행히 남편의 회사에서 더 이상의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모두들 확진된 동료의 회복을 기원하며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수업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계속 울렸다. 남편이었다. 코로나 검사 해프닝 이후로 남편에게 전화가 오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양해를 구하고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제발...... 검사 또 받아야 한다고 하지 말기를 바라며......

 "나 아직 수업 안 끝났는데, 급한일이에요?"

 "나 저녁에 조문 다녀와야 해요. 늦으니까 저녁 먼저 먹어요."

 "아휴, 알겠어요. 난 또 검사받아야 한다고 하는 줄 알았네."

 남편은 대답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전화를 끊은 적이 없었는데, 내가 수업 중인걸 뒤늦게 알았나 보다. 

 12시가 다되어 남편이 돌아왔다. 그런데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혹시......"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번 확진받았던 동료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것이었다.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고인이 된 그분은 나도 가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는 분이었기에, 내 눈시울도 붉어지고 있었다.



 밤 새 뒤척이며 한잠도 못 잤다. 남편을 그냥 지켜봐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주말 동안 남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열나고 몸도 안 좋으신데 일찍 퇴근하셔서 병원 다녀오셔요."

남편이 그분께 했던 이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줄이야......

 월요일 아침 남편은 평상시대로 출근을 하는 남편의 뒷모습은 힘이 하나도 없었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이렇게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회사에 출근한 남편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회의실에서 일을 했다고 했다. 바로 앞자리에 앉으셨던 그분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고 눈물만 나와서 도저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사무실에서 말은 안 하지만 다른 동료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과의 이별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겨진 고인의 가족들도 걱정이 되었다. 남편이 더 마음 아팠던 것은 고인이 매일 출, 퇴근하며 연로하신 아버지께 안부전화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드렸던, 한없이 다정했던 막내아들의 연락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기다리시는 고인의 아버지에 대한 안쓰러움이라고 했다. 

 아...... 남겨진 부모에게 다가온 갑작스러운 자식과의 이별은 지금 남편이 동료를 잃은 슬픔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것이기에 나 역시 고인의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남편은 어제 그분이 모셔져 있는 납골당에 동료들과 다녀왔다. 다녀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동료들은 조용하다 못해 짙은 새벽안개가 낀 저수지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의 한가운데서 겪었던 갑작스러운 이별을 대하며,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간절하고 소중해졌다. 고민을 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한 글이 2022년의 첫 번째 글의 소재가 되는 것에 대해서...... 

 코코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혼을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심했다. 만나서 얘기 나눠본 적은 없지만, 남편과의 회사생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던 분이었다. 그분을 기억하며 명복을 빌어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이별을 대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글로써  그분의 명복을 빌어드리기로 했다.

 그분이 부모님께 마음을 다정하게 표현했던 것처럼 나도 부모님께 자주 안부를 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게 허락된 건강과 삶에 감사하며 새해를 더 잘 살아야겠다. 내가 갑작스러운 이별에 대처하며 깨달음을 얻게 해 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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