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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니 Jun 27. 2024

작성의 이유, 그리고 창직 결심

50대에 갑자기 ‘권고사직’에 의해 퇴사한 찌질한 남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일단  50대에 갑작스럽게 준비도 없이 ‘권고사직’을 당한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내가 잘하고 잘못한 부분들을 떠나 진정성을 가지고 공부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업무를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나와 같이 생각하는 다른 이들과 아픔을 나누고 이 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다짐이 사그러지지 않게 이 삶을 공개할 수 있는 부분까지 공개하여 흩트러지려는 마음을 붙잡고 싶다.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개인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최근 중소기업의 임원으로 퇴사를 한 상태이다. 어렸을 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자란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성적이 밑바닥이었다. 그러나 항상 우직하고 성실한 편이었나보다. 재수까지해서 힘겹게 전문대학에 들어갔고, 4년제 대학으로 편입, 해외 유학으로 석사학위 2개 취득,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2년제 전문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것에 더하여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스스로 뒤돌아보면 참 열심히 살았다. 밝은 면에서 보면 학력에 대해서는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었던 것 같지만, 어두운 면에서 보면 자격지심을 극복하기 위해 처절하게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정신적으로는 실패에 대한 공포와 우울증으로 피폐한 인생이었다.

2012년, 7년 동안이나 지지부진한 박사논문을 쓴다는 명목으로 직장이었던 전문대학을 그만두었고(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4년제 대학으로 이직을 위해 도전을 했으나, 계속해서 고배를 마셨다. 백수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시간 강사와 대학 연구실의 연구원을 거치고 난 후, 2015년 우여곡절 끝에 한 중소기업의 기업연구소에서 연구소장직을 맡게 되었다. 일반인으로서 직장생활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30대부터 40대 중반까지의 기간을 대학에서 보냈기에 실무적인 측면에서 상당이 부족한 측면이 많았고,  철저히 이윤추구 목적인 기업의 생리에 적응하는 것도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뒤돌아 보면 나를 파악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몇 개의 중소기업을 짧게, 또는 길게 거치고, 스스로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맞보기 하면서 내가 나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기획서 쓰는 것에는 다소 재능이 있으나, 조직관리 측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조직관리의 역할이 주어져왔고,  시간이 지나고 견디면 숙련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의 성향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마지막 직장에서는 신규 부서를 맡아 단기간에 매출과 수익을 달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조직의 규모를 늘려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2~3명 밖에 안되는 적은 인력으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신규사업을 성공시키는 일이 힘에 부쳤다.

결국, 2024년 4월 갑작스럽게 ‘권고사직’ 통보를 받게 되었다. 연차사용 등으로 공식 퇴사일은 4월 30일이지만, 4월 12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6월 27일인 오늘로 벌써 76일이 지났다. 충격의 고통을 줄이겠다고 4월말에는 10일 동안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해외 여행 중에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많은 위안이 되었지만, 다녀오고나서 마음의 고통이 엄습해왔다. 수십 군데 지원도 해봤지만, 면접을 오라는 곳이 없었다. 그 기간이 길어지자 결국은 혼자할 수 있는 ‘창직’이 나에게 가장 맞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확실한 결단이 서자, 어느 회사에서 면접제의가 왔다. 굳게 마음을 먹었는데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면접을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창직'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100세 시대이고 70세까지 일해야 할 수 있는데, 지속가능한 업을 찾고 싶다.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기업의 목표에 의해 철처하게 평가되고, 누군가에게 짐이 되기는 싫다.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면 '창직'을 통해 나에게 내재된 재능들을 묶어서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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