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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시대의 창작 Oct 28. 2024

십 리는 뛰어가고, 천 리는 걸어가라

퇴사 후 ‘생성형 AI 활용법 강의’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 정신적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목적을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그 핵심은 ‘자유’다. 생성형 AI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성장은 빠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나와 같은 비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활용법 교육이나, AI로 생성한 결과물을 수익화하는 것이다.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다. 이 바람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퇴사 전에는 언제나 집단에서의 인정, 상사나 부모님으로부터의 칭찬에 목말라 살아왔다. 정작 내 삶을 산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기대하는 삶을 따라왔던 것이다. 30대의 혈기 넘칠 때조차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꿈꾸지 못했다. 사회 초년에는 회사와 조직에서 배우는 실무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나만의 길을 걷는다면 경험할 시행착오와 위험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고군분투하는 삶은 너무도 초라한 결과로 끝날 것이라는 부정적 생각에 스스로를 가뒀다. 또한 나름 열심히 쌓아온 스펙을 저버리기가 아까웠다. 그때 내가 주체적인 삶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더 큰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수도 있고, 지금의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제 50대가 된 지금, 인생은 나를 새로운 길로 인도하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열정이 있을 때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자는 결단을 했다. 그런데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걱정’과 ‘조바심’이다. 지난 일요일 모닝 다이어리를 보니 지난주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 바로 ‘조바심’이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일해도 미리 계획한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저녁 시간이 되면 가족들을 위한 저녁 준비도 부담스럽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시작한다. 아직 어린 둘째의 숙제 지도와 생활 관리, 신체 활동도 함께하는 등 아빠 노릇도 해줘야 하는데, 좋은 아빠가 되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고2인 아들의 학업 관리는 아내가 전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하루에 하겠다고 생각했던 일의 50%도 못 해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를 조바심나게 하는 요인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았다.   

생성형 AI 활용 능력과 지식 향상이 더딘 것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와 조회수에 대한 집착
기획한 영상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함, 예상보다 길어지는 촬영과 편집 시간
하루 일과를 온전히 실천하지 못하는 것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 수 없으니, 나는 나의 조바심을 줄이기 위해 한 구절을 떠올렸다: “십 리는 뛰어갈 수 있지만, 천 리는 걸어가야 한다.” 이런 말이 어느 나라 격언인지 알았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잘못 기억해낸 것 같다. 어찌되었건, 내가 전하고 싶은 뜻은 ‘단기적 목표의 성취는 서둘러 달성해야 하고, 장기적 목표의 성취는 탄탄한 전략을 세우고, 체력을 안배하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혹자는 KTX를 타고 가면 된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정신적 세계에는 그런 교통수단이 없다. 오히려 조선시대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면서, 풍랑을 만나고, 돌산도 넘고, 무더위와 싸우고, 산적도 만나고, 사기꾼도 만나는 상황에 가깝다. 하나하나의 사건에 매이면 더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지금의 나의 상황과 비슷하다.


나는 과거에도 늘 그랬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나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스스로 제시한 기대치가 높았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좌절했다. 이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주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몇 가지를 저질러 보았다.   


일단 저지르기: 예정된 특강을 앞두고 리허설 영상을 미리 촬영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좌절 예방: 생성형 AI에 대해 잘 모르는 지인에게 보내고, 냉정한 피드백을 받았다.
멈춰 서서 실력 기르기: 생성형 AI 전문가의 강좌를 다시 복습했다.
체력 유지: 매일 6km 이상 달리기와 3가지 이상의 기구 운동 3세트를 실시했다.
가족 챙기기: 의지적으로 부모님께 정기적으로 연락드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이트 충전: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독서를 실천했다.


앞으로도 계획한 일정 내에 일을 완수하는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의 전략은 일정을 늦추는 것이다. 만약 내가 게으른 사람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방식이지만, 조바심과 과도한 열심 때문에 발생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의 변화를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취감은 마무리한 일의 가지 수만이 아니라, 얼마나 충실하게 완수했는가에도 달려있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는 2026년까지 화성에 유인 왕복선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나는 한 알의 밀알을 심어야 하는 초보 농부에 불과하다. 나에게는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제 지역 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 등록 신청을 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고, 현재는 실직자라는 이유로 미뤄왔던 일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성장은 더뎌질 뿐이고, 조바심만 더 커질 것이다.



저는 50대 퇴사자로서  매일 모닝다이어리를 쓰고, 주말에 한 번 정리하면서 스스로 얻는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글이지만, 보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작성하고자 합니다.    
제 유튜브 채널 링크 :  https://www.youtube.com/@CreationInA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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