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 글이 벌써 17회째에 이르렀다. 첫 회를 작성했던 지난 6월 30일 이후로 5개월을 넘겼지만, 글을 쓰는 시간은 오히려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6회차 글은 하루를 꼬박 들여서야 작성할 수 있었다. 글쓰기란 하면 할수록 능숙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왜 나의 글쓰기는 갈수록 느려지는 걸까?
50대 백수의 삶을 공개적으로 연재하기 시작한 이유는 사실 ‘약간의’ 부담감을 통해 자기계발의 습관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매주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강해지는데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없다. 그렇다보니 글쓰기를 통해서라도 집요하게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져서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비범함을 보이려 애쓰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은 원래 순탄할 수 없는 길이고, 새로운 통찰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좌절을 통해 내재화되는 것이다. 마치 연약한 나무가 땅을 뚫고 자라듯, 성장을 위해 불안과 실수를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유튜브 채널 운영 역시 나의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되기를 바랐지만, 영상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원래는 일주일에 두 개의 영상을 촬영해 업로드하려 했지만, 지난 2주 동안은 단 한 편조차 완성하지 못했다. 10월 말 진행한 오프라인 특강에서 시연했던 예시들을 하나씩 실습 영상으로 전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쉬울 거라 생각했다. 내가 이미 경험한 과정만 설명하면 된다고 여겼으니까. 그러나 막상 기획을 시작하니 다양한 기능들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설명이 먼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개별 신경망 모델의 특성까지 학습하고 검토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됐다. 예를 들어, 이미지의 외곽선을 추출하는 대표 모델인 Canny 외에도 유사 기능을 가진 여러 모델이 있었고, 각 모델마다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 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직접 테스트해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지 못하는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로 통찰력이 아니라 관점을 담아야 한다. 물론 하나의 단편적인 기능을 알려주더라도 여러 지식을 두루 익히고 충분히 숙련된 상태라서 깊은 통찰력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가르침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는 한 단계씩 학습하며 강의를 실습하는 ‘견습 강사’에 가깝다. 다행히 유튜브는 나 같은 초보자도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따라서 억지로 소화하지 못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시청자들이 소비하는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전하려는 노력이면 충분하다. 《퍼스널 브랜딩》의 저자 조한솔은 “정보의 질적 측면에서 부족한 초보 크리에이터가 콘텐츠를 가치 있게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관점을 담는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관점이 콘텐츠를 다른 사람의 것과 차별화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기능에 대해 종합적 통찰력을 갖는 것은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지만, 현재 나의 입장에서 특정 기능에 대한 활용능력을 익히면서 이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둘째로 타켓의 수준을 다소 상향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자 했고, 그들을 위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은 내가 제시하는 주제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안다는 전제 하에서, 내용을 기획해야 영상의 길이가 짧아지고 설명이 지루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나의 관점을 넣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대상으로 하는 입문자는 ‘생성형 AI’라는 트렌드를 글로만 접한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무엇이라도 만들어 보려고 시도해 본 사람들이어야 한다.
셋째로 의도적인 생략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주로 짧은 여유의 시간을 활용해 가치 있는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소비되는 플랫폼이다. 따라서 길고 상세한 영상을 제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일 것이다. 비록 하나의 영상에서 깊고 풍부한 정보를 얻지 못하더라도, 어떤 하나의 가치를 얻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그 영상은 가치가 있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게 만족감을 경험한 시청자가 다시 동일한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을 다시 클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크리에이터는 그것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시청자가 획득한 단편적인 정보들이 마치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종합적인 정보가 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연재 소설이 하나의 복선을 남기고 한 회를 마무리 하듯, 나의 채널은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연재 소설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알려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와 나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제는 나의 느림과 둔함, 부족함에 대한 자책을 멈춰야 할 때다. 지난 2주의 정체기도 많은 학습과 연구를 했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철저함을 지향하는 것은 오히려 나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행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으로 시작된 실천은 없다. 실행 중에 나타나는 문제에 대처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완성도가 높아지고 예상 밖의 성과도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행을 완료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종합적인 전문성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