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다이어리

정윤석, 2013

by 형산

사마천은 <유협열전>에서 이런 말을 인용하고 있다.

"(허리띠의) 갈고리 단추를 훔친 사람은 처형되고,

나라를 훔친 사람은 제후가 되며,

제후의 문하에는 인의가 있다."

작은 도둑은 처벌 받고, 큰 도둑은 오히려 큰 권력과 명예를 누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마천의 논조는 정윤석 감독의 <논픽션 다이어리>의 주제와 잇닿아 있다.

다큐의 주제를 정리하자면 이와 같다.

5명을 죽이는 동안 보여준 잔인한 살인방법과 범죄를 뉘우치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은 '지존파'.

그러나 그 잔인성을 거두고 보면 그들은 그저 치기 어린 좀도둑이요 얼치기 살인자들에 불과하다.

진짜 살인자들은 그 다음해 벌어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책임자들일 것이다.

그 사고에서 무려 50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해 부실 공사를 감행하고,

위험을 알면서도 장사를 감행하는 경영진의 살인적 이익추구 행위 때문이었다.

지존파는 교도소에서 종교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괴로워했지만

그 다음해 바로 사형을 당했다.

그러나 지존파보다 백배나 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삼풍백화점 사장은

가벼운 형을 받고 나와 몽고에서 선교사로 활약 중이다.

권력과는 거리가 멀던 지존파는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교체되는 시기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전격 처형된다.

그러나 12.12. 쿠데타와 5월 광주 학살의 책임자로 사형을 선고받은 전두환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사면되어 지금껏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고 있다.

지존파가 죽어야 마땅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어쩌면 그보다 더한 살인자들을 용서하는 우리 사법체계나 정치의 선택은 문제가 있으며

이를 깊이 성찰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감독은 말한다.

감독은 이 메세지를 지존파와 삼풍백화점의 이준 사장, 지존파와 전두환을 서로 교차 편집하여 보여주고

여러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접근이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마천의 글을 다시 떠올리니, 결국 역사란 그 본질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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