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머무는 기간에 비하면 짐이 그렇게 막 많은 건 아니였다.
큰 캐리어 하나, 작은 캐리어 하나, 백팩과 노트북 가방. 그리고 미처 못 다 넣은 옷을 넣기 위한 보스턴백과 여권 등을 넣을 크로스백.
그간 여행을 다니면서 캐리어를 두 개 이상 가져간 적이 없었다.
고로 무게가 넘어서 추가 요금을 낸 적은 있었을지 몰라도 수화물 추가라는 걸 해본 적도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무게는 총 30키로. 그 중에 7키로는 기내용이다. 그래서 위탁 수화물로는 큰 캐리어와 보스턴백만 보내는 것이 내 목표였다(는 안 지켜짐).
난 유학휴직이 확정된 이후 떠나기까지 약 한 달이 남은 시점부터 짐 싸기에 돌입했다. 필요한 걸 야금야금 적기 시작한 건 훨씬 전부터였고 말이다. 그렇게 해 놓은 덕에 나중에 뭐가 빠졌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어서 좋았다는 극 J의 조언.
처음부터 완벽하게 짐을 싼 건 아니다. 쌌다 풀었다를 못해도 거의 5번은 했을 것이다. 필요한 게 계속 생겼고 음식이나 계속 사용하는 건 미리 짐을 쌀 수 없었기에 처음엔 대충 쌌다가 점점 진짜 가져갈 것들로만 채웠다.
나름의 공부도 했다. 영국 유학생들의 짐싸기 영상이라고 뜬 건 거의 모조리 챙겨 봤고 블로그 같은데 노션이나 엑셀 파일로 짐 리스트라고 올라온 걸 공유해서 활용했다.
나는 집에서 가져갈 수 있는건 최대한 가져가되 사야 하는 건 가서 사자는 주의였다. 또 가져갈 수 있어도 소모품이거나 무게가 너무 나간다면 포기했다. 대신 집에 굴러다니는 샘플 같은 건 많이 챙겼다. 가서도 여행가고 하면 적은 용량으로 든 것들이 유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포기할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첨이할 듯 하다. 허나 공통된 의견은 거기도 사람 사는 데니 있을 거 다 있다는 것이였다.
대신 공산품, 특히 의류의 경우 한국에 비해 질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가격은 훨씬 사악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기에 나는 수건만 7개를 챙겨갔다. 우리 집에 넘치는 게 수건인데 가서 비싸게 주고 사려면 너무 아깝지 않겠는가..?
참고로 내가 생활용품을 주로 산 곳은 다음과 같다.
파운드랜드 - 영국판 다이소. 휴지같은 건 주로 여기서 싸게 샀다. 다만 다이소에 비해 품목이 다양하지 않다. 또 퀄리티도.. 이를테면 고무장갑 같은거 사면 허구한날 구멍이 났다;
테스코엑스트라 - 테스코익스프레스는 편의점에 가까운 규모로 식료품 위주고 생필품까지 사려면 테스코'엑스트라'에 가야 꽤 판다. 나름 옷도 팔고 우리나라 이마트 같은 곳이라 생각하면 될 듯! 석회물이다보니 간이정수기가 필요했는데 브리타랑 필터까지 초반에 여기서 구입했다.
부츠 - 올리브영 같은 곳으로 약국이기도 하다. 테스코엑스트라 안에 있기도 하다.
슈퍼드러그 - 부츠보다 훨씬 저렴해서 애용했다. 또 학생 할인도 받을 수 있음.
윌코 - 식기건조대와 커피포트 같은 소소한 전기제품을 산 곳이다. 단 현재는 파산했다는 기사를 보았다ㅜ
티케이막스 - 의류, 화장품 등 나름 비싼 브랜드 상품들이 모여있는 아울렛 같은 곳인데 잘 찾으면 득템할 수 있다. 식기류를 많이 샀다.
아마존 - 부피가 크거나 쉽게 찾기 어려운 상품은 온라인 구매가 답이였다. 여기서 산 전기장판과 밥솥은 1년 내내 잘 썼다.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건 단연 옷이었다. 처음엔 그랬다. 근데 넣다보니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그래서 택배를 부칠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최대한 버리고 오자고 해놓고 한국에서도 즐겨 입는 옷들을 가져가면 고대로 싸들고 올 것이란 생각에 아찔했다. 그래서 반으로 줄이고 또 그걸 반으로 줄였다. 그러고 나니 영국에서 사계절을 날 옷이 30벌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수화물을 2개 추가해야 했다. 가격은 20만원+13만원 해서 총 33만원. 택배 부치는것과 비슷한 가격이 나와버렸다.
그러고도 나중에 '온무빙'이라는 업체를 이용해서 한국으로부터 화장품, 의류, 인스턴트 식품을 택배로 2박스 받았다.
기간은 2주 정도 걸렸다.
이 외에도 미용실, 치과 등 병원에 가서 온갖 검진을 받고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며 출국 전까지 바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