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외버스터미널
여기서 떠나는 애인 바래다주며 아쉬운 마음 뜨끈한 어묵 국물 불어가며 누군가를 기다렸는데
자전거를 타고 터미널까지 와서 자물쇠 걸어 잠그고 떠났던 출장길. 근처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가출한 친구 몰래 가족들에게 알리기도 한 곳
이제 곧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면 여기서 뽀딱거리며 살던 사장님들은 어떻게 될까?
산청, 함양, 남해 저 멀리 시골에서 김장하 선생님 남성당 한약방에 다니러 오는 길, 진주 새벽 시장에 봄나물 내다 팔러 오는 할머니 주저앉은 다리 못 본 척 않고 의자를 내어주며 온기를 뿜어 주던 세월이 얼마인데…
자본의 화려함에 웃는 사람들은 극소수인데, 우리는 왜 그런 방식을 선호하게 되는 걸까.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한 이 체제 앞에 불쑥 화가 나기도 한다. 오래된 가치에서 마래를 발견하기란 이다지도 어려운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