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에 기대어
내가 사는 동네는 시내에 가까운 촌이다. 일이 있으나 없으나, 시내에 나가 얼쩡거리고 돌아다니고 돌아온다. 도서관에 가서 낮잠도 자고, 가끔 알바도 하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먼 서툰 농부 이제 반년쯤 지났나?
이제 눈 뜨면 밭에 나가본다. 별로 하는 일은 없다. 우리 집 강아지 동구 데리고 나가서 우리 먹을 푸성귀 심어 둔 텃밭에 밤새 꼬꾸라진 애들은 없는지, 배수가 더딘 밀밭, 지난밤 비에 엉망이 된 건 아닌지 살펴본다. 하늘이 지어 주는 농사에 아름다워지는 밀밭에 감탄한다. 농부 선배들은 “이기 뭐냐고?”호통을 치겠지. 풀이 나서 엉망이라고 ㅎㅎ 흐드러진 볼똥도 한 움큼 와그작와그작 따 먹는다.
… 다들 자기만의 삶이 있고, 삶에 정답이 없다는 걸 발견했으면 좋겠다. 모두가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을 가질 수는 없다. 월 300만 원을 못 버는 게 머리가 나쁘고 게을러서,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자신을 채찍질하기보다는 월 100만 원을 벌어도 나 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중에서_종합재미상사 지음
당근에서 나눔 받아 의자 한 두 개 밀밭에 놓았다.
밀 베기 전에 누구라도 쉬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