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어려워서 좀 중독된다. 열일하는 멤버들이 이 중독에 한 몫하는 것도 있다. 오늘은 이 어려운 일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몇 개월 동안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는 멤버들을 소개해보겠다.
바나나는 (원래) 시애틀에 산다. 백앤드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서버 이름은 ‘한라산’인데 그건 원래 프로젝트의 이름이 ‘글써옵서예’였기 때문이다. 둘 다 바나나가 스스로 짓고 매우 뿌듯해하던 이름이다. 그는 슴슴한 사람이지만 내면의 드립 욕심을 이런 곳에서 분출한다. 다만 우리가 그의 드립 세계에 공감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을 뿐이다ㅎㅎ
바나나는 일을 잘 벌인다. 처음에 같이 글을 써보자고 했던 것도 바나나였고 이걸 앱으로 만들자고 했던 것도 바나나였다. 나는 막상 일은 벌이기 싫어하면서 옆에서 누가 저질러놓으면 집요하게 빠져드는 편이다.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스타트를 끊어준 바나나가 친구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바나나가 아니었다면 이런 진귀한 경험들도 없었을 것이다.
포크너는 서울에서 부엉이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산다. 그래픽과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하며 서비스 곳곳에 재미와 매력을 첨가하는 1등 공신이다. 고양이 이름을 부엉이라고 지은 것에서 보이듯 그는 재치 있는 사람이다. 그와 얘기하다 보면 그가 얼마나 다양한 일을 해오며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아직 알아가고 싶은 그의 모습이 많다.
포크너가 없었다면 정말 정말 심심한 앱을 만들었을 것 같다. 쓰기 편하고 매터리얼 디자인 냄새가 나면서 앱스토어에 즐비한 여느 앱들과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글써옵서예’에서 지금의 ‘은는이가’까지 오기 쉽지 않았는데 침착하게 우리를 잘 이끌어준 것은 모두 포크너의 재량이다.
이상은 이상하다. 내가 피츠버그에서 시카고로 이사 왔을 때 그는 시카고에서 피츠버그로 떠나는 사람이었다. 아직 떠나는 날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모든 짐을 차에 실어놨다고 했다. 모든 짐이 실린 차를 타고 해맑게 인사하는 그를 보며 그가 왜 바나나와 친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것 때문에 그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니다. 이상은 프런트 앤드 개발을 담당하는데 척하면 척, 대단함을 넘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을 해치운다. 이상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긴다.
위 이름은 물론 본명이 아니다. 앱이 완성되어가면서 넷이서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쓰고 있는 별명이다. 다음에는 ‘연대하는 코난 도일’이나 ‘비건 박경리’라는 별명으로 불릴 수도 있다. 은는이가에서 이뤄지는 재밌는 약속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곳에 살며 코로나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비대면으로 작업해왔다. 중간에 합류했다가 아쉽게도 떠나간 멤버도 있고, 언제쯤 이 멤버를 포함해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제대로 된 뒤풀이를 할 수 있을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어쩌다 보니 일이 커졌고, 커져버린 일을 꿋꿋하게 이끌어온 진득한 사람들이라는 것 :)
프로젝트 <은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