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앞을 향해 간다.
뒤도 잘 안 돌아보고, 옆을 둘러보며 마음의 여유를 두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자꾸만 앞을 보며 간다.
사람의 눈이 몇 개쯤 더 있어서 옆에도 있고 뒤에도 있었다면 좀 다른 삶을 살았으려나.
일단 한번 발을 내딛으면 방향을 바꾸고 방법을 바꾸기보다는 계속 더 그 방향으로 향한다. 악화되더라도, 나쁜 길이어도 그냥 자꾸만 그렇게 한다.
한참을 가고 나서 문득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그래도 그 방향으로 자꾸만 간다. 누가 떠민 것도 아닌데.
아빠도 알았을까.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참 먼 길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