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요라는 이름의 사랑을 하고 싶어

감자시

by 감자

기적과도 같은 하루가 눈을 떠

해도 뜨지 않은 아침에 또 눈을 떴어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너와 나를 확인하는 일이야

아직도 우리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

곤히 잠든 어머니를 깨워서

굳이 우리를 이야기해


"엄마, 나 여자친구 생겼어!"


"또?"


아침잠이 없는 할머니들보다도

더 이른 시간에 새벽을 그리고

너를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워.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적었다가

아직은 보고 싶으면 안 되나 싶어서

헐레벌떡 그 글자들을 지워


지워진 글자들의 항변을

기각. 기각. 기각.

그들을 조용히 묵살하고


고요라는 이름으로

너의 기상을 기다리고

너의 세상을 기다리고

너의 안부를 기다리고

나는 기다리는 행위를 잘하는 사람


너는 늦지 않은 사람이지만

언젠가는 꼭 약속 장소에 빨리 도착해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테야

그럼 너는 늦지 않게 도착해서 묻겠지


"얼마나 기다렸어요?"


그럼 뻔뻔하게 이야기해 줄테야


"35년이요."


뻔한 이야기지만 너는 피식하고

나도 피식하고

우리, 우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할테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