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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난 Mar 30. 2020

book review_ 종이동물원

으아, 너무 재밌잖아!

1. 환상 문학이다.일만오천팔백원으로 이 정도의 재미와 감동과 통찰 얻기 힘들다.(단언!) 하루에 하나의 단편씩 읽는다면 꼬박 2주 동안 매일매일 '재미진 독서'를 할 수 있다. 하루 꼬박 밤새며 읽기도 추천한다. 사실 하나 읽고 멈추기 힘들다.

2. 천생연분. 일상의 전 영역을 인공지능에 의지하게 되는 미래 사회가 그려진다. 음악, 식사 메뉴, 데이트 상대 조차 데이터 알고리즘 분석으로 추천하고, 24시간 365일 사용자의 패턴을 아는 인공지능은 추천이 빗나가는 경우가 없다. '우리 안에 뒹구는 돼지처럼 행복해(58p)하던 '사이'는 온 세계를 감청하고 검열하고 조직하려는 인공지능 회사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미래사회의 권력과 억압', '문화제국주의', '다국적기업의 초월성', '정부 규제의 역할' 등등 굵직한 질문들이 절로 생긴다. 매우 흥미진진. 이 주제 관련 좋은 책 추천 #맥스테그마크의라이프3.0

3. 상태 변화. 출생과 함께 영혼이 사물의 한 형태로 함께 태어난다는 설정의 이야기. 누군가의 영혼은 담배로, 누군가의 영혼은 소금으로, 주인공 리나의 영혼은 얼음으로 태어났다. 리나는 얼음인 영혼을 보존하는 일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육체와 영혼이 떨어져 있거나 형체가 소멸하면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영혼인 얼음이 모조리 녹게 될 일탈을 감행하게 할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녀에게 한 번의 일탈은 죽음을 의미하고, 결국. 얼음은 물로 녹아 버린다. 그녀는 심장이 멎었을까? .. '해방이란 상태 변화다' 라는 작가의 메세지를 곰곰히 오랫동안 생각했다. 곁다리로 '상태변화'가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보내지마 가 떠올랐다.

4. 파(the waves). 유한한 자원을 가진 지구에 인류가 무한히 생존할 수 없게 되자, 식민 행성 개척을 위한 우주선이 띄어진다. 400년의 항해동안 고도로 계산되어 죽음과 출생의 수를 제한하고, 기술과 문명을 상속해 식민 행성에 정착한다는 목표를 가진 우주인들은 항해 도중 지구로부터 '영생을 위한 유전자조작 메뉴얼'을 전송 받게된다. 개인의 선택에 의해 '노화'할지, 현재의 상태로 '영생'할지를 정하였고, 영생을 택한 몇 백년을 산 아이,청년,중년은 드디어 식민 행성에 도착한다. 그들을 향해 날아온 미지의 어떤 생물체. 외계인은 바늘과 돌기와 구동장치에 의해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었고, 낯설지만 익숙한 언어로 우주인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는 여러분이 출발하고 나서 한참 후에 지구를 떠났습니다만, 속도가 빠르다보니 이곳으로 오는 중인 여러분을 몇 세기 앞지르고 말았습니다." 유한한 육체를 바꿈하여 보다 효능 좋은 하드웨어를 갖춘 인류였다. 인류는 이 '보이는'육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더욱 진화하고 진화하고 진화한다. 그 끝은? (책을 보셔라.) 이 단편의 제목이 waves인 것은 읽어보면 이해할거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다움'의 조건은 많은 부분 의심되거나 전복되었고, 앞으로 더욱 혼란스러울 것 같다. 아찔하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미래학자들의 책을 읽으면 뭐랄까.. 아득하고 암담하다.는 생각 먼저 든다. 하찮고 의미 없음에 대한 생각을 이을 수 있는 밀란쿤데라의 #무의미의축제 가 떠올랐다. 나는 지금 여기 발을 내리고 서 있는 곳에 하찮고 의미없어 보이는 일에 주목하며 살겠다. 그게 지금 나의 위치이고 그게 본질아니겠나.

5. 더 이야기하고 싶은 단편들이 많다만 투머치 인포메이션은 언제나 해악이므로.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우울한 요즘. 재미있는 책 학권 들여보셔라. 후회안하실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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