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학을 처음 듣는 수험생과 일반인, 그리고 예비대학생분들께
고등학교 3학년 원서 시즌(아니면 그 이전)이 되면 너나할 것 없이 대학, 학과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다. 내 이야기를 조금 써보자면 사실 난 도시공학의 '도'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건축학개론 영화는 쳐다도 안봤으며, 토목공학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다. 도시공학 이야기를 하는데 왜 건축과 토목이 나오냐고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있다가 후술하도록 하겠다. 다시 고등학교 시절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보면 건설 계열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저 우리 집과 교류도 없는 큰아빠가 토목공학 박사 학위까지 마치시고 미국 에너지부 산하 공무원을 하신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원래 나의 진로는 천문학자였다. 낭만적인 직업일수도, 박사까지는 무조건 공부를 해야하는 직업일수도 있겠지만 천문학이 좋았다. 나와 천문학의 인연은 4살 때 운석을 처음 보게 된 일로부터 시작이 된다. 어린아이에게 보여진 천문현상은 방대한 호기심을 이끌어냈고, 집에 있던 컴퓨터-뚱뚱한 모니터와 회백색 두꺼운 키보드로 구성된 팬티엄 컴퓨터-를 통해서 목성과 토성, 천왕성에 대해 검색하고 우주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부모님은 자식의 관심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고 싶어서 충정로역에 위치한 헌책방집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우주이야기 전집>을 구매해 책방에 비치해 두셨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이러한 구체적인 꿈을 가진 이는 드물었으니 나의 진로가 더욱 돋보였고, 내 스스로도 그러한 진로를 두고 있다는데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학교에 꼭 하나 쯤은 있는 '나의 꿈 발표대회'에서 항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진로와 관련된 시 대회나 전국대회(과학탐구대회, 지구과학 올림피아드)에서도 수상을 하니 정말 천문학자가 될 줄 알았다.
다만 한 가지 걸림돌 요소가 있었으니 내가 물리와 수학을 별로 안좋아한다는 것이다. 하필 내가 진로로 고민하던 고등학교 2학년 때 나왔던 한 학습지 광고인데, 내용이 내 이야기랑 비슷해서 조금은 슬펐다.
아빠, 아빠 꿈은 무엇이었어 ?
응? 천문학자.
그런데 왜 안되었어 ?
수학이 안되서
광고 중 아빠(류승룡 役)가 아이의 "아빠의 꿈은 무엇이었어"는 질문에 "천문학자"라고 대답을 하는 장면이다. 안타깝게도 아빠가 천문학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수학이 안되서"라고 이야기하는데, 고등학교 내 상황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시(물론 지금도) 국내에는 7개의 천문학과가 있었고, 목표하던 대학을 가기에는 성적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리고 물리와 수학을 주로 다루는 대학 천문학에 적응할 자신이 없던 차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게 되었다. 코스모스는 칼 세이건의 NASA 근무 중 있었던 여러 우주계획-보이저 계획, 파이어니어 계획과 SETI 프로젝트를 포함한 일련의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와 천문학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담은 책이다. 내 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설명을 잘하니까 나도 자신의 전공인 천문학을 미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만든 칼 세이건처럼 국내 천문학과 우주과학의 대중화를 이끄는 대중과학자라는 진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법. 기초가 미진했던 탓인지 국내 한 과학기술원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이 여파로 수능에서도 제 페이스를 발휘하지 못하여 평소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나는 물리와 화학, 생명과학과는 거리가 있되, 내가 관심있는 지리, 환경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하게 되었고, 한 대학의 도시공학과에 합격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도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잘 알지 못하였던 초면인 학과였고, 국내 건설 및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 낮은 입결점수를 요하던 전공의 특성 상 학과보다는 학교의 이름을 보고 지원한 사람, 나처럼 물리와 화학, 생물이 싫어 도망친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도시공학을 접한 동기들처럼 '어색한 상태'에서 도시공학을 만난 것이다.
지금은 도시공학을 배우다보니 재미를 느끼고, 특히 내가 사는 동네의 교통을 개선해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생겨 호기롭게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사람의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이번에 브런치에서 기고하는 매거진의 이름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도시공학>이다. 이미 블로그에 연재가 한 번 된 내용이지만, 브런치의 특징-블로그와 다르게 시각적 정보는 조금 자제하고 글의 기교를 조금 늘린 칼럼-에 맞게 다시 정리해서 기고해보고자 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험생과 대학생, 그리고 최근 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일반인들을 위해 도시공학이 무엇인지, 도시공학과는 어떤 수업이 있고,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어떤 진로를 가지는지, 마지막으로 도시공학도들의 전공공에 대한 직관(intuition)을 함양하기에 좋은 자극제가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도시공학>이라는 매거진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1학년 때 공학계열 학생-도시공학 학생들도 포함-들은 자신의 전공 개론 수업을 듣는다. 나머지는 전공을 위한 교양(과학, 수학, 전산, 작문, 영어 등)에 투자한다. 나 또한 그랬다. 당시 '도시공학개론' 수업을 처음 들었다. 당시 수업을 담당하신 교수님은 작년 처음 임용되신 분이라고 하셨다. 교수님도, 나도 둘다 새내기로 이 학교에 들어온 셈이다. 그 교수님은 건축학을 전공하시고,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석 / 박사 학위를 취득 하시고 우리 학교로 전임 오셨다. 전국에 도시공학과의 수는 적으며 우리 학교 도시공학과는 역사도 길고, 수준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는 학과라며 우리를 치켜 세우는 말씀을 하시고 수업을 진행하셨다. 수능을 망치고 들어온지라 처음에는 그 멘트가 조금은 고깝게 들렸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전국에 도시공학과 수는 꽤 적은 편이다. 전국 12,500 여개의 4년제 대학 학과 중 30~40 여개가 도시관련 전공으로 알고 있다. 사실 이렇게 학과 수가 적은 것은 전반적인 수요가 적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희소가치가 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첫 수업부터 교수님은 재미있는 질문을 하셨다.
여러분은 혹시 도시공학에 대해 아시나요 ?
강의실에 있던 50명 남짓된 학생들에게 도시공학에 대해 아냐는 질문을 하셨고, 우리는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질문이어도 대답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질문을 던지신 교수님은 이렇게 자답(自答)을 하셨다.
네. 모르는 게 정상이고, 저도 도시공학. 잘 모릅니다.
사실 처음에는 무슨 말씀인지 하고 갸우뚱했다. 국내에서 알아주는 명문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시고, 해외에서 석 · 박사를 취득하신 분이 모르면 누가 알 것인지. 시간이 지나며 학과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사실은 교수님의 말씀이 겸손의 멘트도, 정말 무지해서 그러신 것도 아니고, 정말 도시공학은 모를 수 밖에 없는 학문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 매거진을 읽는 분들께 도시공학이 무엇인지 설명은 해야하니 사전적 정의를 빌려 우선은 정의하도록 하겠다.
도시의 문제를 계획, 공학, 정책, 제도, 개발, 기술 등을 통하여 해결하는 학문
사전적 정의는 되게 딱딱하고 피상적이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저기서 주목할 점은 계획도, 공학도 아닌 저렇게 여러가지 학문으로 도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하면 두 가지 관점으로 해당 문장을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도시공학은 도시공학도의 것이 아니며, 토목공학, 환경공학, 건축학, 컴퓨터공학, 정책학, 경제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전공자들도 자유롭게 도시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도시가 점점 고도화되고 다양한 인간집단이 공존하게 될수록 다양한 도시문제가 발현되며 도시공학의 영역도 그만큼 확장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종합적인 학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연관 학문을 고루고루 설명하며 도시공학의 역사를 하나나 둘 되짚어보며 이야기해볼까 한다. 우선 도시공학 개념은 크게 세 가지 연관 분야를 가지고 다닌다. 위 벤 다이어그램은 과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하고자 만들었다. 아마 전공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3가지 분야와 연관성을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저 세 학문은 쉽게 생각해서 도시공학의 엄마, 아빠, 형제자매로 생각해도 문제없다.
우선 도시공학의 아빠인 토목공학이다. 다만 벤 다이어그램을 만들 당시에는 '공학'으로 적어놓았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도시공학이라면 토목공학이 맞겠지만 최근 스마트시티,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 지능형교통체계로 말은 어렵지만 내비게이션의 예상도착시간 알림, 버스나 지하철의 실시간 위치, 하이패스, 올빼미버스 등이 ITS의 사례다) 등 도시와 교통에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삽입하는 과정이 많아짐에 따라 토목공학으로 국한할 수 없기 때문에 벤 다이어그램을 읽는 화자인 신입생을 대상으로 이러한 설명을 부가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공학으로 퉁쳤다. 그러나 본 챕터는 토목공학 위주로 설명할 것이다. 추후 스마트시티와 관련하여서는 다른 칼럼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공학의 근본은 토목공학이다. 이 점에서 토목공학도들은 본인의 학문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모든 공학의 기초는 토목공학이었고, 공학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Engineering이라 해도 토목공학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 토목공학의 영문인 Civil Engineering은 근대적인 공학의 시작인 공병(Military Engineering)에 반대되어 군사적인 목적으로 공학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민간에 접목한 공학을 의미하기 위해 앞에 Civil를 붙여 명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아빠라 이야기하냐면 도시공학의 근본적인 기원은 토목공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도시는 어떻게 보면 인공적인 구조물이 집합된 공간적인 요소다. 이런 인공적인 구조물을 만든 것은 문명(Civilization)과 같은 인간의 복합적인 생활 양식이고, 앞서 말한 토목공학의 영문(Civil Engineering)처럼 토목공학은 문명의 발전과 함께한 학문이기 때문에 더욱 연관성이 짙다. 교량과 도로, 수로, 전선이 있어야 그 위에 집이 있고, 시장이 있고, 공장이 운영 될 수 있다. 초창기 국내외 도시공학을 연구한 학자들은 토목공학에서 건너온 학자들이었고, 토목공학적 방법론을 적용한 도시가 도시공학의 기초적인 이론이 된 사례가 꽤 많다. 그리고 근현대에 건축(정확히 말하면 건축설계)이 분화가 되기 전까지 토목공학을 하는 사람이 건축도 하였기 때문에 모든 도시공학의 기원은 토목공학으로 통할 수 밖에 없다.
근대도시 계획사(史)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오스망(Hausmann)의 파리계획의 경우도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를 예방하기 위해 상하수도를 개편하고, 철도와 도로 등의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며 토목공학 베이스의 도시계획을 구현하였다. 오늘날에도 도시공학의 주요 학문 중 '교통계획', '교통공학', '시설공학', '지적학(요즘은 GIS로 많이 대체된다)' 등은 토목공학과 결을 함께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일부 대학의 경우 토목공학(또는 환경공학)이 도시공학과 함께 단과대나 학부로 편제(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도시시스템공학전공, UNIST 도시환경공학과 등)되거나 혹은 토목공학의 세부전공으로 운영된다(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등). 입시철에는 학과 모집을 학부 단위로 수행하기 때문에 설령 도시라는 단어가 학과 이름에 없다하여서 도시공학을 못하는 것이 아니니 이러한 케이스의 학과들은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도시공학의 엄마인 건축학이다. 도시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근현대 도시계획'을 낳은 것은 건축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근현대 도시계획을 수행한 총괄계획가(Master Planner, MP)는 대부분 건축가들이었다. 기반시설(뼈)위에 건축물(살)을 얹은 느낌이랄까. 또한 도시공학의 큰 하위분야 중 하나인 '도시계획'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토목공학과 함께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선 도시계획의 기본이 되는 조닝(Zoning, 토지나 건축물을 사용 용도에 따라 구분하는 것. 일반적으로 용도지역지구제를 의미함)도 건축의 조닝에서 발전된 것이기도 하며, 근현대 건축가 중 르 꼬르뷔지에, 김수근의 경우는 많은 도시를 설계하기도 한 도시계획가이기도 하다. 요즘도 종종 건축가들이 도시설계의 총괄계획가를 담당하기도 한다. 또 건축학도들 중에서는 도시계획으로 넘어와 활동하는 사람들도 꽤 있곤 하다. 당장 위에서 설명한 교수님도 그러한 사례 중 한 분 이시기도 하다.
아마 고등학생들이나 일반인이 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스마트시티의 이슈와 함께 건축가인 유현준 교수의 도시 관련 저서들도 한 몫-어쩌면 제일 큰 공헌-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일부 도시를 사랑하는 열정적인 도시공학도들은 이런 점을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도시와 건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오늘날에도 도시공학의 주요 학문 중 '도시설계', '도시계획', '도시재생', '단지계획', '가로설계', '공간 디자인' 등은 건축학과 결을 함께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일부 대학의 경우 건축학(또는 건축공학)이 도시공학과 함께 단과대나 학부로 편제되어 운영(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학과 등)되거나 건축공학의 세부전공이나 졸업과제로 도시설계를 하는 경우도 존재(이화여자대학교 미래사회공학부 건축도시시스템공학전공 등)한다.
마지막으로 도시공학과 함께 자라온 형제자매인 사회과학이다. 겉모습이라는 표현이 참 좋은게 형, 언니가 있는 집은 동생들이 언니나 형을 보고 따라하게 된다. 옷도 똑같이 입고, 행동도 비스무리하게 하고 말이다. 이처럼 도시공학도 사람이 사는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인지라 사람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분석하는 사회과학과 그 해결의 결을 함께한다. 실제로 사회과학 중 하나인 통계학은 도시공학과 관련한 학술연구에서 많이 응용되며, 도시공학과 학생들은 계량분석이나 통계 수업을 전공선택 과목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사회과학은 매우 범위가 넓고, 모든 사회과학의 하위학문이 도시공학과 결을 함께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크게 꼽자면 통계학을 베이스로 부동산학(경제학, 행정학, 법학)과 지리학 정도가 도시공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이지 않을까 싶다.
이 중 부동산학은 도시공학을 공학의 방향성을 따르게 만드는 분야이기도 하다. 공학의 정의가 학자마다 상이하지만 나를 가르친 교수들은 기술적 방법론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매커니즘으로 강의 해주셨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부동산으로 수입을 크게 불릴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도시공학에서의 부동산학은 위 정의에 잘 부합된다. 부동산학은 어떻게 보면 도시공학과 경제학, 법학이 융합되어 파생된 학문이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부동산 커리큘럼을 포함하고 있으며, 공학적 요소를 제외하고 도시계획과 부동산만 가르치는 학교(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등)들도 많다. 또한 도시공학의 주요 학문 중 '도시경제', '도시정책', '토지이용' 등은 부동산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으며 감정평가사와 공인중개사 또한 연관성이 크니 이는 추후 다음 칼럼에서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지리학은 공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Kant)는 "역사는 시간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지리는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는 만큼 공간의 근본이 되는 학문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의 수능인 바칼로레아(Baccalauréat)의 공통과목으로 역사와 지리가 함께 수록이 되어있고, 한동안 일본에서는 지력학과(地歷學科)로 역사와 지리를 함께 가르치기도 하였다. 어쩌면 미국의 도시공학 방향성과 유사한데, 미국에서는 도시공학과 지리학을 함께 가르치는 대학(혹은 건축학과 도시공학)이 꽤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리학과에서 도시공학을 가르치는 학교(경희대 지리학과, 성신여대 지리학과 등)들이 존재하며, 관련 학문 중 '공간분석', 'GIS'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외, 특히 서구권에서는 국내보다 사회과학과의 연계하여 가르치는 경우가 더 높은데 도시공학(Urban studies, Urban planning, Planning)을 한국처럼 이학사(혹은 공학사, Bachelor of Science, B.S.)를 수여하지 않고, 문학사(Bachelor of Arts, B.A.)를 수여하거나 대부분 대학원 학위로 개설되어 있어 도시계획학 석사(Matser of Urban Planning, M.U.P.)로 수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구권에서 Urban Engineering 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Engineering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이 즈음에서 잠깐 도시공학과의 역사를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한국의 도시공학과는 크게 두 결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은데 현재 도시공학과의 주류를 차지하는 도시계획학과(Urban Planning)와 부동산 위주의 사회과학으로 나아간 지역계획학과(Regional Planning)이다. 이는 당시 한국의 1960~1970년대 이슈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당시 대한민국에서 도시 다운 면모를 지닌 도시는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지역의 주요 도시들이며, 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촌이었다. 사실 서울도 당시에는 강남, 성동, 영등포 모두가 논 갈고 밭 메든 시골이었으니 말이다.
지역계획학과는 당시 백지장 같던 대한민국을 개발을 위해 필요하였으며, 국토의 대부분이 농촌이었기 때문에 농과대학(농대)의 하위 학과로 편입이 되었다. 요즘이야 농대에 대한 선호가 어느정도 감소하여, 해체되거나 조경과 산림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단과대학으로 재편성하였지만 당시의 농대는 농림 및 축산, 생명과학 및 공학, 토목공학, 조경학이 융합된 단과대학이자 농업이 대부분이던 대한민국에서는 당시 유망한 단과대학이었다.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1963, 당시 농촌개발학과),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1973, 당시 지역개발학과),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지역개발학전공(1975, 당시 지역개발학과)의 순서로 개설되었다. 요즘도 해당 학과들은 사회과학대학(혹은 사회과학계열 단과대학)으로 분류가 되어있다.
한편 도시계획과의 경우는 토목, 건축을 가르치던 교수들이 모여 만든 학과로 실질적인 도시공학을 일컬으면 대부분 도시계획과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실제 1세대 도시계획가들이 개설한 학과들도 다 여기에 있다. 동아대학교 도시계획공학과(1965, 당시 도시계힉학과),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1967, 당시 도시계획학과),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1967, 당시 도시계획과),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1983, 당시 도시계획학과. 73년도에 세워지지만 토목공학과로 명칭이 변경되고, 실질적인 역사는 83년이다) 순서로 개설되었다.
여기까지는 학과마다 도시공학이라는 용어를 찾아보기 힘들며, 범위를 인근 동아시아 국가로 넓혀서 보면 옆나라인 일본 도쿄대학을 비롯한 일본의 대학에서는 도시공학과가 60년대부터 존재했었다. 도쿄대학 도시공학과의 역사를 보면 50년대 말에 도시와 환경문제가 대두되며 토목공학과 건축학의 교수들 사이에서 분과 움직임이 보였다고 한다. 58년도에 토목공학과가 위생학 및 환경공학을, 61년도에 건축학과가 도시계획학을 분과해야 한다고 대학본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 두 학과가 62년도에 도시공학과 설립을 요청하였고, 63년도부터 신입생이 들어와 오늘날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약간 어떻게 보면 한국 도시공학과(도시계획과)의 역사와 유사하다. 학문적으로 한국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해방 후 1세대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대부분은 일본 유학생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도시계획학과가 도시공학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주요 대학에 도시공학과가 설립하게 된 시기는 90년대부터다. 시대적 배경을 보면 당시에 주택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대한민국 국토와 도시에 대한 효율적인 계획의 움직임이 컸고, 정부의 200만 호 건설사업과 그 뒤에 1기 신도시는 도시공학도의 수요를 급증시키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 초기 도시계획학과 의 대학생들이 90년대부터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문인력의 공급 또한 원활하였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의 원로 교수진들의 학부를 보면 해당 대학인 경우가 꽤 많다. 당시 미국에서 도시계획을 배운 인력도 많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토목공학 및 환경공학(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CEE)을 배운 인력들도 꽤 많이 포진했기 때문에 도시계획+공학의 느낌으로 '도시공학'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말도 있다. 아무래도 이웃나라 일본에서의 학문적 영향과 토목공학 계열의 미국 박사 학위를 수학한 교수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일각의 소문인 "공학"을 넣으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걸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앞서 말한 서구권과 대한민국/일본 간 명칭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서구식으로 영문명을 작문하여 도시공학과의 한국어명과 영어명 간 의 괴리감이 많이 느껴진다. 실제로 한양대학교(Urban Planning & Engineering), 서울시립대학교(Urban Planning & Design), 홍익대학교(Urban Design & Planning)의 영문명을 보면 한양대학교를 제외하고 공학의 느낌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대로 서구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사회과학대학의 Regional Planning 혹은 Urban Studies & Planning 으로, 디자인대학(건축대학)의 Urban Design & Planning 으로 소속 되어있고, 명칭은 도시학, 도시계획, 도시설계학으로 적혀 있다. 도시공학의 학위학문인 교통이나 공간정보, 도시환경에 관해서는 건설환경공학(토목공학)에 속해있다. 일반적으로 도시공학이 학부과정으로 분과된 경우에는 전자에 많이 속해있다.
조금은 빙빙 돌았지만, 정답이 정해져있는 공학인 줄 알고 들어와보니 정답이 아닌 생각 해야 할 것이 많아 좌절하는 이과생과 관심있어서 기웃기웃 거려 들어왔으나 생각보다 공학 요소가 많아 혼란스러운 문과생들이 모인 혼돈의 장이자 여러 학문이 섞여있기 때문에 정체성 면에서 혼란이 올 수 있는 학과로 보면 된다.
이렇게 정리해서 단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언제든 이러한 단점이 장점으로 보완될 수 있는 전공이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만큼 진로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으며, 인문학적 성향이 강하면 도시경제와 도시계획(도시계획 공기업/공무원, 부동산, 금융권), 공학적 성향이 강하면 스마트시티와 교통(SI 기업, 스마트시티/ITS, 공기업 교통직), 디자인으로의 성향이 강하면 도시설계(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로 진로를 설정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부동산, 도시재생, 디지털 트윈 등 타 학과와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도시공학에 호재가 될만한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니 명백한 목표의식과 전공공부만 잘 받쳐준다면야 도시공학 전공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