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높빛 Mar 14. 2022

1. 학부시절을 되돌아보며 (저학년)

우리가 택한 전공은 아직 이르면서도 너무 넓은 분야다

이 글은 [프롤로그]에서 이어집니다.


수험생 말고 대학생의 눈으로 전공을 바라보자

 

   신입생들이 수험생의 눈으로 바라보고 고른 전공은 두 가지다. 낭만적이거나 반짝이거나. 전자는 학과의 특수성과 희소성 덕분에 높은 입결을 가지고 있는 학과이며, 후자는 유망하거나 현재 산업에서 높은 주가를 달리고 있는 학과를 의미한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노파심에서 한 마디 하자면 특정 학과를 비하하거나 혹은 올려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했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신입생들에게 전공을 평가하는 지표는 입결과 취업률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마음가짐은 전공을 근시 혹은 원시의 눈으로 바라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산업의 흐름은 정말 빠르게 변화한다. '옛날의 유망학과와 지금의 유망학과가 다를 정도다'라고 이야기하면 신입생들은 코웃음 친다.


산업이 바뀌는 건 2-30년에 한 번 아닌가요? 30년 전에 건설계열이 호황이고 지금은 불황인 것처럼요.


    산업시장은 2-30년에 한 번 바뀌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5년 만에 바뀐다. 5년이라는 숫자를 제시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5년마다 바뀌기도 하며, 고용노동부에서 책정하는 인력수급전망을 5년 단위로 끊어서 전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입생들은 당장의 지표로 전공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계공학, 신소재공학, 컴퓨터공학, 화학공학에 대하여 예시를 들어보겠다. 네 개의 학과 모두 공학계열 전공인데 내가 입학할 시기때만 해도 기계와 화공이 높은 입결을 차지하였고, 컴공과 신소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입결이었다. 자동차, 원전, 건설 등 기계공학이 안 빠지는 분야는 없었고, 정유와 화학 등 국내 제조업에서 화공도 지지 않았다. 소위 이들은 '전화기'로 묶이며 공대 취업률 탑을 찍던 학과들이었다. 반면 신소재와 컴공은 조금 암울했다. 신소재는 당시 조선업의 부침으로 철강산업이 휘청여 화공에 비해 불안했고, 컴공은 10년 전 IT인력의 과잉 공급으로 저평가 되는 감이 있었다.


볼보의 광고. 아이는 전기와 인공지능 기반의 주거와 교통에 익숙하지만 할아버지는 재래의 방식(스위치로 전구와 TV를 키고 내연기관으로 차가 움직이는)을 사용한다. [Volvo]


   그러나 이는 5년 만에 역전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미명 하에 전국의 컴퓨터공학/과학 전공자의 몸값이 올라갔으며, 환경과 관련한 이슈에서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과 방사능의 위험이 있는 원자력 발전에 대하여 정부의 지양은 기계공학의 명성을 잃게 만들었다. 또한, 내연기관의 지양은 자연스레 석유산업에도 영향을 끼쳐 화공 또한 사양산업으로 변모하였으며, 반사적으로 태양광과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지 분야의 인력 수요를 위한 신소재의 주목이 도래한 셈이다.


   진짜 미래의 수요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제2의 특이점을 넘지 못해 인공지능의 발전이 당분간 멈춰 컴퓨터공학 인원의 과잉공급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며, 안전한 원전인 토륨 원전의 상용화에 성공해 원자력공학과의 수요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장밋빛 전망과 잿빛 전망에 대해 울고 웃는 행위는 바람에 너울거리는 파도를 보며 "조만간 큰 파도가 올테니 오늘은 낚시를 하지 말아야겠어."하고 외치는 꼴이다. 이 파도가 정말 큰 파도로 이어질지, 바람에 멈춰 잔잔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 지레 겁을 먹는다면 정말 큰 파도에서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잔잔한 파도를 이용해 고기를 잡을 줄 모르는 바보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전공을 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학생에게 전공은 목표를 향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목적을 갖고 목표와 수단을 쪼개기


    전공(혹은 대학)은 수험생들의 목표였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이들은 소기의 목표를 이룬 셈이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래 계획을 짤 때 목표와 목적, 수단 이렇게 3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한다. 


    목표와 목적은 말이 비슷해서 혼동스러운데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대기업에 취업을 하고 싶다."이 것은 목표이며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의 최종 단계를 의미한다. 그러면 대기업에 취업을 왜 하고싶은데? 라는 질문에는 이러한 목표를 가진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돈벌고 싶으니까
워라밸이 보장된 삶을 살고 싶어서
부모님 호강 시켜드리고 싶어서

 

   이는 목적에 해당된다. 목표가 점 좌표라면 목적은 벡터인 셈이다. 물론 목표가 크면 클수록 좋은 법이고 큰 동기부여가 되겠지만은 어마무시한 목표 하나만을 두고 움직인다는 것은 무모한 일일수도 있다. 마치 "호카게"를 꿈 꾸던 나루토는 수 년을 방황했고, "원피스"를 찾으러 간 루피는 아직도 보물 찾기에 열중인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목표와 수단을 쪼개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분기별/연별/5년에 맞게 목표를 잡는 것이 괜찮았다. 아래 그림은 4학년 때 썼던 미래 계획표를 정리한 것이다.

   분기 별로 작은 목표를 세웠고, 작은 목표 하나하나를 이루며 대학원 입학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반대로 대학원 입학이라는 큰 목표에서는 분기 별 이행한 작은 목표들은 목표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활용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수단을 대학이라는 4년 과정에서 얻어가야 할 것이며, 전공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수단을 탐색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눈은 넓게, 길은 좁게


   여기서 눈은 우리가 전공에게 가질 시야(insight)를 의미하며, 길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진로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대외 및 외부활동이며, 다른 하나는 전공에 대한 세부과목의 다양한 탐색이다. 대외 및 외부활동에는 서포터즈, 동아리, 소모임, 학생회 등의 활동이 있다. 이렇게 정의하면 혹자는 내게 이런 말을 건낼 수도 있다.


저는 내향적인 사람이고, 고등학교 친구와 대학교 사람은 그 결이 다르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걸요?


   맞는 말이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이 존재하며, 누군가에게 쉬운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기 명시된 활동 중에는 사람과의 교류 없이도 진행하는 대외활동(기자단, 서포터즈)도 존재하며, 대외활동 진행 시 무작정 들어가라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대외활동을 진행하는데에 있어 주도적일 필요도 없고, 무언가를 꼭 해야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필요도 없다. 나와 같은 또래가 어떠한 진로나 생각을 가지는지, 나와 유사한 진로를 가진 선배가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외활동 및 외부활동을 격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학생회 활동을 진행하며, 나와 유사한 진로를 가진 선배들을 만났다. 선배들이 들어간 대학원 연구실의 인턴으로 활동하며 선배들에게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을 토로하고 많은 조언-논문 주제를 잡는 과정이나 방법론, 글을 조리 있게 쓰는 법, 좋은 연구실을 찾는 법 등-을 얻었다. 지금도 그 선배들에게 도움을 종종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한 선배를 통해 진로와 관련된 공공기관에서 경험을 쌓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진로와 관계있는 사람-특히 내가 이야기하는 도시공학 분야는 인력 풀이 좁기 때문에 어디든 자신의 선배를 만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만약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다면 말이다-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성적관리. 그리고 소결


   저학년 시절을 되돌아보며 내 인생에서 이 부분은 좋았고,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라는 부분을 생각하며 대학교 저학년 때 했으면 하는 것들을 나열해보았다. 여기서 나는 성적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입학했을 때 선배들은 하나 같이 하던 이야기가 있다.

성적 그거 1학년 때는 열심히 안 해도 돼. 어차피 고학년 때 다 복구 돼. 

  여기서 함정은 고학년 때 다 복구가 된다는 것이다. 고학년 때 취업준비가 아니라 학점복구로 마무리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대체로 이렇게 말하는 선배들 중에 공부를 잘하는 선배는 많이 없었고, 나 또한 공부 잘하는 선배는 아니었기에 후배들한테 빡세게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학년 때 성적에 대하여 기본은 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성적관리에 몰두하여 앞선 활동-나는 이 활동을 인생의 초점 맞추기(Focusing)로 부르고 싶다-을 훼손하거나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성적 부분에 대해서 강조하지는 않았다. 물론 본인의 상황-좋은 대학원 진학이나 장학금을 위해 학점이 필요한 상황-에 맞춰 행동해야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저러한 의도를 가지고 과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다보니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저렇게 표현한 것이다. 다음 챕터에서는 전역 후, 내가 대학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물론 나의 경험이 많이 들어간 글이기 때문에 잘 걸러들을 필요가 있는 것은 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