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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승 Feb 28. 2024

<듄: 파트2>

Dune: Part Two, 2024

<파트2>는 영화다부정할 수 없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다이것을 집에서 ott로 보는 건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이 166분 동안 나를 압도하고그 거대한 모래 폭풍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 같은 기분은 극장에서만 받을 수 있을 것이다우주선을 타고 특유의 효과음이 나오며 특정 시리즈가 시작한다는 느낌 대신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내 내가 아라키스 행성에 도착했고정신 차릴 틈도 없이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커다란 극장의 사이즈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고 확신한다.


우리 행성 아라키스는 해가 질 때 아름다워.(My planet Arrakis is so beautiful when the sun is low.)”라는 대사처럼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사막 위의 이야기이지만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오스틴 버틀러가 분한 페이드 로타가 처음 등장하는 흑백씬이다솔직히 영화를 보는 동안엔 이 배우가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의 눅스(니콜라스 홀트)와는 아예 다른 것이었다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아레베카 퍼거슨하비에르 바르뎀 등이 등장하는 붉고 폭발력 넘치는 이미지들을 뒤로하고스크린에서 색이 완전히 퇴장하고 스텔란 스카스가드레아 세이두 등이 등장할 땐특히 오스틴 버틀러가 등장하는 순간 상영관 내부가 급격히 냉각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엘비스>(2022) 때도 그랬지만오스틴 버틀러는 그것을 연기하는 본인보다 캐릭터 자체에 더 몰입되게 하는 큰 힘이 있는 배우인 것 같다.


1편에서 열심히 구축한 서사가 2편이 시작하자마자 3시간에 가까운 시간 폭발만 하는 것은 정말 흔히 겪을 수 없는 경험일 것이다드니 빌뇌브는 1편을 보지 않아도 2편을 즐기는 데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 했다지만, 1편을 봐야 2편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1편은 정말 서사를 구축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지루한 인상이었는데 이번 편에서 그것을 확실히 보상받은 기분이다.


6권으로 구성된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을 1 권당 1편의 영화로 제작해도 부족할지 모른다드니 빌뇌브는 영리하게 이야기를 압축하면서도, 1965년에 발표된 원작을 2024년에 걸맞게 재해석하는 부분도 있는데 그것이 괜찮은 선택들이었다고 본다주인공 폴(티모시 샬라메)의 복수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다루는 이야기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진 진부한 소재일 것이다또 폴이 홀로 감내해 내는 깊은 내면적 고민 대신 챠니(젠데이아)와의 관계나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의 늘어난 비중 같은 것들을 포함해 거대하고 웅장한 서사를 어떻게 보면 간편하게 화려한 이미지로 대체한다. 166분 중 어느 순간엔 그 화려함 이면에 있는 다소 공허한 여백들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파트2>의 성취는 그것이 책이 아닌 영화가 줄 수 있는 감각적인 것의 최대치들이라고 본다.


잊지 마내가 살아 숨 쉬는 한 널 사랑할 거라는 걸.”


분명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폴이지만황제와 황후가 되는 구시대적인 배경 속 다소 수동적인 모습들도 있었으나 챠니의 캐릭터는 꽤나 입체적이다폴과 챠니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운 시기를 특정할 필요는 없을 것인데어느 순간 자신이 내뱉은 말을 거스를 수밖에 없고어느 순간 상대방을 향한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걸림돌이 될 거라는 걸 알게 되는 때가 있다둘은 크게 동요한다그리고 그 흔들리는 정도가 주변 모두가 알아차릴 정도다하지만 챠니는 사랑에 집착하지 않고자신의 마음이 꺾이는 것에 목매지 않으려 한다대신 자신의 혈통을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장으로 향한다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스스로 칼을 손에 쥔 폴이 그랬듯이 말이다폴과 챠니는 서로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본인이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드니 빌뇌브가 그 웅장한 폴의 외침을 뒤로하고 챠니의 클로즈업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듄파트2 #티모시샬라메 #젠데이아 #레베카퍼거슨 #조쉬브롤린 #오스틴버틀러 #하비에르바르뎀 #스텔란스카스가드 #플로렌스퓨 #레아세이두 #드니빌뇌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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