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amu, 2024
파묘란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破墓), 혹은 날이 샐 무렵(破卯)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파묘는 그 무덤을 그대로 둘 수 없어 파내는 작업이다. 흔히 ‘양지바른 곳’이라 말하던 풍수지리 같은 것에 근거하여 묫자리를 선정했을 텐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까. 그것을 행하는 이들을 어떤 사람들일까.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왜인지 일본어까지 잘하는 화림(김고은)과 몸에 문신으로 가득한 봉길(이도현)은 자신들을 처음 마주한 영화 속 고객들이 처음엔 둘을 의심하다 어느새 놀라고야 마는 것처럼, 관객으로 하여금 단숨에 두 MZ세대 무당에게 신뢰감을 갖게 하고 영화 속 이야기로 끌어당긴다.
영화의 제목은 <파묘>인데 화림과 봉길은 무당이니 일할 사람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극에 무게감이 실리고 긴장감이 형성되는 것이 바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어떤 귀신같은 것이 등장하는 순간이 아니라 바로 다른 개성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는 시점이다. 제목부터 오컬트적인 요소를 대놓고 선전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영화 안에서 그럴듯한 장면들이 등장하고 그것에 앞서 당연하게(?) 등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효과음들까지 있지만 그것이 주인공은 아닌 것 같다. 그랬다면 <랑종>(2021)의 꼴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챕터를 나누어 관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며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밀고 나아가며 어느 순간 미스터리를 가미한 액션스릴러가 되어 있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그 빠르게 흘러가는 속도감에 다루려는 소재들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 같지는 않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게 그런대로 괜찮은 선택 같기도 하다. 소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배우들도 장점들만 보여주고 빠르게 퇴장하며 제 역할들을 톡톡히 해낸 인상이다. 김고은과 이도현이라는 젊은 배우의 캐릭터라이징이 <곡성>의 황정민과 다른 선택인 것도, 최민식의 파트너로 유해진이 선정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챕터를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다시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뉠 것이다. 의뢰인에 의해 어떤 무덤을 파게 되는 시점과 의뢰 이상의 무엇인가를 하다가 마주하게 되는 시점이 있다. 전반부엔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는 각기 다른 방식들을 보며 극의 기반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후반부에 그것들이 그럴듯하게 폭발한다. “그럴듯하게”라고 했지만 사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영화의 마지막에 모종의 사건을 겪고 인물들이 병실에 모여 식사를 하는 장면은 기묘했다. 영화의 중간 귀신에 씌인 모 인물이 생수를 병째로 몇 병을 들이켜기도 했고, 귀신이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도 있었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니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네.”라 말하던 봉길의 대사처럼, 큰 일을 치르고 일상으로 되돌아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을까. 화림의 마지막 굿에서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은 왜인지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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