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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걀머리 Aug 08. 2024

인문학 대신(?) AI를 서둘러 공부해야 하는 이유

21세기적 인문학을 위하여


20세기 후반에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살아오는 동안 "인문학 humanity", 특히 서구중심의 자유주의적 인문학과 민주주의적 가치는 성배와 같았다. 2차 세계대전 후, 특히 91년 베를린 벽의 붕괴와 소련의 개혁개방 이후에 역사는 드디어 민주화라는 최후의, 최선의 가치로 수렴되어, 역사가 일보 후퇴할지언정 이보 전진한다는 순수한 믿음이 입증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97년도에 한 동기가 "이제 민주주의 이상의 체제는 없다는 거는 결론난 거 아니야?"라고 단언을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낙관적인 확신을 갖는지? 난 그때나 지금이나 불안에 휩싸여 미래의 프런티어 주위를 쭈뼛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과 20년 후, 나는 우리가 알던 인문학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특히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고 여겼던 창의성, 감정, 의식 등의 특성들이 AI에 의해 모방되거나 심지어 초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은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AI가 발전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우리를 지배한다. 더불어 기후 변화, 팬데믹, 글로벌 경제 불균형 등의 전 지구적 문제들은 기존의 서구 중심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내 동기가 역사 최후의 승자로 단언했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가치관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허위정보의 확산, 극단주의의 부상, 그리고 권위주의 체제의 경제적 성공 등은 민주주의 체제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가 당면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을지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거대하고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정작 사람들의 반응은 무척 미온적이다. 많은 사람들의 세계관이 20세기적 세계관에 머물러 있다. (물론 교육관은 19세기적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지만.) "AI? 그거 아직 사람만큼은 못하던데? 이상한 대답만 하던데?" 등 기초적인 수준의 인식에 머문다. 



이해할 만하다. 2만 년 가까이 거의 똑같다는 우리의 뇌구조가 감당하기에는 최근의 급격한 변화는 너무 버겁다. 게다가 지금 제기된 문제들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가? 점점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경제 환경 속에서 기후 재난이나 AI 같은 거대 서사에 개인이 끼어들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미래까지 걱정할 여력이 없다. 



그럼에도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변화가 우리 삶을 덮칠 것이다. OpenAI의 CEO 샘 알트만은 AI가 가져올 사회 변화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다. 2023년 5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는 노동 시장을 근본적으로 교란시킬 것입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그 이익의 분배는 매우 불균형할 수 있습니다."


알트만은 AI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심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보편적 기본소득(UBI)과 같은 아이디어를 언급하며, AI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사회 전반에 골고루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알트만의 발언은 AI 기술의 발전이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심오한 사회경제적,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경고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운동과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것과 같은 인문학을 넘어서 21세기 여기, 지금의 문제에 응답하려면 우리는 기후변화와 더불어 AI를 이해해야 한다. AI가 개인의 정서와 지성, 그리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리 경험하고 상상하고 숙고하여, 각자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각자가 AI가 우리의 일상생활, 직업, 사회 구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성찰할 때, 거대 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정치, 문화적 변화에 민중이 무력하게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과거 민주화 시대에 사람들이 풀뿌리 운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냈듯이, 이제 우리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한 대중 운동의 원동력이 되고 뒷받침이 될 수 있는 것은 보다 포용적이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새로운 인문학이다. 이는 단순히 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존재와의 상호 연결성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책임과 역할을 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21세기의 인문학은 과거의 확신과 단정을 넘어,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인문학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본질적 가치인 비판적 사고와 성찰의 정신을 더욱 깊이 있게 실천하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자금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인문학은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잃지 않고, 오히려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새로운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래서, 여기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AI 스터디>를 제안한다. 이 모임은 풀뿌리일 뿐인 우리 자신부터 시작하여 마치 신비스러운 전능자 같은 AI의 실체적 능력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것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주도할 수 있을 방법을 찾아보려는 모임이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여 가입할 수 있다.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AI 스터디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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