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지』 ch. 5 <살인마처럼 생각하기> 요약
1999년에 휴고 상을 받은 마이클 스완윅의 단편 소설 "야생정신"은 신경과학이 혁명적으로 발전한 미래 세계를 그린다. 이 세계에서는 '최적화'라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뇌를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톰은 성공한 사업가로,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는 결코 최적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헬렌은 그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자이자 최적화된 인류의 일원으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부끄러워하며 빠른 시일 내에 업그레이드를 원한다. 헬렌은 톰을 설득하려 하지만, 톰은 자신이 '자아'라는 환상을 잃을 것이 두렵다며 거절한다.
이 둘의 대립은 신경과학 혁명 이후의 세계에서 인간 의식의 가치를 탐구하는 중심축을 이룬다. 톰이 최적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종교적 신념 때문이 아니다. 그는 과거 아내 소피아가 최적화를 받았을 때, 비극적으로 그녀를 살해했다. 그에게 최적화는 자유의지를 빼앗고, 책임마저 부정하는 체계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최적화 후에 느끼는 가벼움과 평화는 그에게 경악할 만한 것이며,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
철학적으로, 톰의 내적 갈등은 자아와 감정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포스트휴먼 세계에서는 자아가 단지 뇌의 화학적 반응에 불과하며, 감정은 단순히 내측 부주의의 인공품으로(즉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폴 처치랜드와 같은 제거적 유물론자들은 미래에는 믿음, 욕구, 감정 같은 심리학적 개념들이 모두 신경과학으로 설명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처치랜드는 "심리적 현상에 대한 (기존의) 개념은 아주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어서... 이론의 원리와 존재론 모두 부드럽게 환원되기보다는 오히려 완성된 신경과학에 의해 궁극적으로 대체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소설 속에서 최적화된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 상태를 뇌의 물리적 상태로 설명하는 모습과 일치한다. 자아와 감정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않으며, 최적화된 인간은 감정이나 직관 같은 것을 경험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평등론 “인간 정신의 모든 행위 속에서 같은 지성이 작용하고 있다”가 실현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의 권력과 통제만 강화된 세계로 이어진다.
톰은 찰스 레니 매킨토스의 복제 의자에 앉아 애드 라인하르트의 추상화를 바라보며 명상을 하곤 한다. 복제품이지만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 이 예술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되새긴다. 그는 최적화된 세계가 제공하는 명확성과 평화에 저항하며, 인간다운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선택하고자 한다. 이것은 철학자 리처드 로티의 '아이러니스트'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로티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모호함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강조했으며, 톰 역시 그러한 아이러니스트로서 인간의 조건에 집착하고 있다.
결국, 톰의 거부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포스트휴먼 세계에서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철학적 저항이다. 포스트휴먼 프로젝트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요구에 따라 인간 본성을 재설계하려는 시도라면, 톰의 선택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비본질적이라는 통찰에서 나온다.
'야생정신'은 통제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며, 인류의 오래된 현시적 이미지가 '어떤 진실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 가치는 오직 '낡아빠진' 세계에서만 설 자리가 있다. 최적화된 세계에서는 더 이상 가치가 아닌, 단순한 효율성만이 남을 뿐이다. 이 글은 인간이 기계적 최적화와 과학적 통제에 의해 완전히 재구성된 세계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 가치와 감정의 의미를 어떻게 재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