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서울로 모이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에 대해
나는 경기도 남부에 산다. 서울, 특히 강북에는 빨간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을 가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서울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거절한 적이 없다. 당연히 서울에서 만나야지. 홍대나 마포, 광화문이나 종로. 그나마 강남이면 40분 정도 덜 걸린다.
거리에서 보내는 긴 시간을 당연히 여겨야 하는 것은 비서울인들의 예의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서 만나자고 제안을 하면, 상대방은 한두 번쯤은, 여러 번 벼른 후에야 우리 지역으로 와'준다'. 그것은 아주 예외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일회성 행사가 된다. '네가 그때 와 주었지'하고 기억할 특별한 일이 되고, 다음 약속부터는 당연하다는 듯 서울 어딘가의 맛집이 약속 장소가 된다.
오늘은 재미있는 주인이 운영하는 맛있는 우리 동네 술집에 갔다. 이렇게 재밌는 곳을 지인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게 아쉬워서 나는 "한번 이쪽으로 부를까?라고 말했다. 친구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올 리가 없지. 두 시간은 걸릴 텐데."
동조하려다가, 불합리한 것 같아 말했다. "나도 맨날 두 시간 걸려 가는데."
그러자 친구는 또 말했다. "서울이 더 맛있잖아. 갈 데도 많고."
친구는 더 생각하다 말했다. "여럿이서 만날 때는 중간이기도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그 대화가 계속 떠올랐다.
우리는 왜 서울에서만 만날까?
조금은 멀더라도, 해외여행도 가는데 30분이나 한 시간쯤 더 투자해서 수원, 안양, 안산, 용인 등으로, 또는 경기 북부의 의정부, 파주, 일산 등으로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게 당연시되면 어떨까? 서울 중심 주의는 세종시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서울 밖에서 만나는 게 당연해지는 것만으로도 0.1111 프로라도 바뀌지 않을까? 처음에는 수도권이지만, 그다음에는 비수도권으로 더 확산할 수 있지 않을까?
무슨 거창한 서울중심주의 타파를 외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각 지역의 매력을 맛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그런다. 게다가 그 지역에 사는 친구와 함께라면 그 친구의 관점도 알게 되고, 그 친구 자체를 더 잘 알게 되겠지.
일부러라도, 서울 밖에서 만나자고 자꾸 시도해 보아야겠다. 지방 친구라면 지방으로 가서 만나려 해 보고. 그런 제안을 했을 때 우리 마음속에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다른 지역에 가서 구경하거나 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앞으로 기록해 보아야겠다.
서울만 아니면 어디든지.
그걸 내 모토로 삼고 싶은데, 이 말이 얼마나 많은 벽에 부딪힐지 아직은 모르겠다.
한번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