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설 쓰기를 제안합니다
AI가 생존 스킬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과거의 예상과 달리 가장 위협받는 직업은 창작영역처럼 보인다. 그림, 글, 영상 등 AI는 이미 위협의 단계를 넘어섰다. 그러나 나는 AI가 예술이 살아남을 것이고, 오히려 가장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하는 작업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가 와서 무너진 도시의 잔해 속에 산다 해도 인간은 벽에 그림을 그릴 것이고 구전으로라도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AI가 숨을 쉴 줄 알게 된다고 해서 내가 숨을 멈추는 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소설은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플롯이 아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소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기 삶의 결을 스스로 발견하고 세상에 내놓는 고유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돈이 되지도 않는 브런치나 블로그에도 글을 열심히 쓰는 건 그래서이고, 처음으로 글을 써본 분들이 그 즐거움에 놀라며 여러분도 글을 쓰세요, 글을 쓰면 행복해져요,라고 외치는 이유다.
사람마다 경험은 다른 방식으로 찾아 오겠지만 내게도 강렬한 소설적 경험이 있다. 제발트나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소설들을 읽었을 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난해한 소설들을 뚫고 나오자 느꼈던 예상치 못한 해방감은 거의 쾌감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감정이 새롭고 강렬해서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왜 그렇게 쾌감을 느꼈을까? 그건, 그 낯선 문장들이 익숙한 서사 구조—기승전결이라는 일종의 폭력적인 일반화—를 벗어나 내 의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그 문장들은, 한 번도 언어화된 적 없이 웅크리고 있던 무의식의 구석들을 조심스레 짚어가며 해방시켰다.
심리학에서 우리의 많은 문제는 무의식을 언어화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심리상담에서 내담자에게 계속 말을 토해내게 하는 이유는 잠재의식 속에 억압된 생각을 언어화할 때 사람은 그 무의식에서 저절로 해방이 되기 때문이다. 제발트와 리스펙토르의 책을 읽고 나서 느꼈던 쾌감은 바로 그 무의식의 해방이 아니었을까? 그 경험 후, 나는 조금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소설을 마주치면 꾸역꾸역 읽으면서 기대하고 궁금해한다. 이 문장들을 거쳐간 후 내 의식은 어떤 새로운 해방을 맞을까. 그러므로 AI가 아무리 소설을 요약해 주거나 대신 써준다고 해도, 나는 한없는 비효율을 사랑하며 직접 소설을 읽을 것이다. AI를 활용하여 읽거나 분석하거나 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소설을 경험하고 쓰는 주체는 단단히 인간 본인일 것이다.
만일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고 우리에게 기본 소득이 주어진다면, 아마 인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창작에, 소설에 몰두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건 그래서다. 인간은 기능적 열세를 인정하더라도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는데서 유일한 생의 보람을 찾을 것이다. 그것은 소설을 비롯한 예술에서 발견되지 않을까?
결국, AI 시대에도 문학은 단순히 정보나 줄거리로 소비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감정의 형식이며, 존재의 기록이고, 언어를 통한 자기 증명의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지금도,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첫 문장으로 시작되고 있다.
당신이 한 번도 소설을 써본 적이 없다면, 바로 지금이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예측불가인 미래의 생존전략은 오히려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리하여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게 문학이다. 수천수억 개의 은하가 있다는 우주에서, 나만의 별을 반짝여보는 게 소설이다. 한 번도 소설을 써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그래서 우리와 함께 소설 쓰기를 시작해 보자고 초대해 본다.
5월 8일~ 6월 12일 /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9시 30분
수강 대상: 소설을 처음 써보거나, 한두 편 써둔 소설의 퇴고가 막막한 분
1회 차(5/8) : 오리엔테이션, 소설 구상 자료 합평
2회 차(5/15) : 단편소설 1편 분석하며 읽기 + 소설 구상 자료 수정본 합평
3회 차(5/22) : 단편소설 1편 분석하며 읽기 + 20~40매 분량 합평
4회 차(5/29) : 완성작 합평
5회 차(6/5) : 완성작 합평
6회 차(6/12) : 완성작 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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