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아마 Jan 23. 2023

이너 엠티

감성 대신 채워지는 것들.

4. 54kg, 사과


  나는 내가 폭식증을 끊을 줄 알았다.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번 그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정말 누구보다 나를 사랑했고, 나를 아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다시 사람답게 살았던 그 시간을.


  아침에 일어나면 (종교와 상관없이) 하늘에 계신 모든 신들에게 감사하다고 소리쳤다. 

솔직하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내가 또래 친구들에 비해 더 좋은 나라에서, 좋은 외국인 친구들 속에서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정말 감사했다.


  아침에는 시리얼과 사과 1개, 계란 1개. 정말 말 그대로 규칙적인 식사와 점심에도 사과 2개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저녁에는 평범하게 보통의 저녁을.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니 저절로 살이 빠지고 있음을 알았다. 학원까지 걸어가는 동안 허리도 반듯이 피고 걸으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운동하는 듯한 땀도 흘리면서 다녔다. 수업이 끝나면 외국인 친구들과 배드민턴이나 축구 같은 운동을 하거나, 또는 뮤지컬 관람이나 같이 각자 나라의 음식을 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었다.


  평범한 일상이 너무 좋았다. 

정상적으로 마시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나를 사랑했던 그 시간 동안 나는 사랑도 많이 받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게서 나오는 기운이 좋은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함께 있는 사람들 모두가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그때의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 모두 많이 웃고, 나를 좋아해 주던 시간. 


  다시 내 몸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과연 올까? 온다면 언제쯤 올까? 

다시 저때의 나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평범하게 먹고 마시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과연 다시 올까?'



작가의 이전글 이너 엠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