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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엘라 Aug 20. 2020

내가 인스타그램을 그만둔 이유

긴가민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여러 가지가 쌓여서 인스타그램 탈퇴를 결국 감행했다. 7년의 데이터가 웹상에서 삭제되는 일이니 기록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스타그램은 욜로족이 멋진 이미지로 소비됨을 부추긴다.

이는 20대, 30대에 속하는 우리가 사회초년생으로 개인 경제 습관을 형성해 나갈 때(물론 더 어린 나이에 일찍이 소비습관, 저축습관을 잘 잡는 사람도 있지만) 악영향을 미친다. 개인적으로 느낀 바는 인스타는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든다. 이미지, 시각적으로 보기에 즐거운, 예쁜 장소와 음식을 찾아 사진을 찍고 그것을 공유하면서 그러한 소비를 지속하게 서로를 북돋는다. 고급 호텔에서 호캉스, 파인 다이닝, 호화 여행 등은 사실 이렇게 웹상에서 활발히 공유하기 전까지는 대단히 부자들이 하던 소비였는데, 낱낱이 시각적으로 공유되고 그러한 정보에 접근이 낮아지면서 일반 대부분이 하는 소비가 되어버렸다. 얼마 버는 사람은 얼마만큼의 소비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분명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도록 서로를 장려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실재했다.


둘째, 사실 인스타그램 포스트는 일상을 가장한 자랑인 경우가 많다.

자산 자랑, 여유 자랑, 관계 자랑, 가족 자랑... 사실 일상 기록보다는 내가 이렇게 잘났다, 나 이렇게 잘 살고 있다 하는 내용이다. 그로써 나를 북돋고, 일상을 기록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게시글은 배려가 없다. 자산이나 여유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또는 노력으로 채울 수 없는 영역도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가졌다고 해서 늘 열등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인스타를 봐가면서 무의식적인 비교나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런지 급 생각이 들면서 인스타 행위 자체가 부질없이 느껴졌다. 특히 자랑=인스타라는 공식을 알고 있는 '배운' 이들은 교묘하게 자랑이 아닌 듯 말로 포장하지만, 소탈한 말로 포장하는 그 행위 자체도 그가 가진 언어적 힘을 자랑하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했으니 나는 정말 인스타를 탈퇴할 때가 되었던 것 같다


셋째, 친구끼리 일상 공유가 되는 게 장점이라지만, 그 퀄리티는..?

인스타에서 친구끼리 일상 공유.. 멀어진 친구가 혹은 자주 보지 못하는 친한 친구가 오늘은 또는 요즘은 뭘 했는지 본다고 해서 그게 관계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되는가..? 물론 근황을 알 수 있어 좋지만 근황을 아는 방법에는 수동적인 인스타 게시물 접촉 말고도 직접 안부를 묻는다거나, 전화를 한다거나, 코로나 상황이니 만나지 못할 경우 화상회의라도 켜 만나보면 될 일이다. 1:1 깊은 이야기는 표면적인 이미지만 남는 인스타에서의 근황보다 더 많은 것을 깊게 공유할 수 있다.


넷째, 시간 소모적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고 게시글을 편집하고 올리고, 다시 보고 수정하고, 댓글에 응답하고.. 사실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또, 그 시간에 분명 더 나은 것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미래를 위한 투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운동, 좋은 식재료로 만든 건강식, 독서, 배우자와의 질 좋은 시간, 가족에게 집중하는 시간..

인스타는 타인을 조연이나 소품으로 만들고 함께하는 시간 자체를 기록하기 위해 실제 그 시간에 더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동한단 생각도 들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더 눈을 마주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이득인 느낌..


다섯째, 인스타=보여지는 것, 보여지는 삶..

지금 우리 세태에서 유행하는 문화가, 미디어가, 인플루언서가 대체로 유희 위주, 이미지 위주, 허세 위주(돈 자랑=더 이상 천박한 것이 아니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면 자랑하는 거지 뭐'하는 세태)인 것은 알겠지만

나는 꼰대라 그런지 몰라도, 소박하고 정신적 가치(예의, 배려)를 중시하던 옛날이 그립다. 소박하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스타 사용법을 배워볼 수 있었다면 계속했을 텐데..

이미 내 인스타는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비율로 내 팔로잉에 있었고, 나도 그렇게 보여지는 것에 대한 추구에 일조하고 있었다.


공감이 안되거나 내 의견에 반박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느낀 것은 이렇고 이러한 이유로 7년 데이터를 뒤로하고 탈퇴했다.


탈퇴했으니 이제 브런치에 글도 좀 더 많이 써보고, 영어공부나 독서, 연구, 재테크 공부, 여러 신문과 일간지 읽기로 세상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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