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Managing Oneself
최고는 노력이 만든다. 모든 분야에는 그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방정식을 궁금해하고, 성취를 부러워한다. 반면 때로는 시기심을 갖고 성취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성공의 원인을 외부의 운이나 타이밍,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돌리며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필적할 대상이 없을 만큼의 쏟아부은 노력의 결과이다. 백조의 발 밑은 항상 분주하다.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된다. 노력은 방향성,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 다만, 노력의 양과 질은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고 난 이후에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노력의 방향성은 넓은 의미에서는 꿈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엇을 이루고 싶은 지에 대한 이야기이고, 한 사람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그 꿈을 위해 어떤 것들을 이루어야 하고,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에 대한 것에 이르게 된다. 그 ‘어떤 역량’ 역시 노력의 방향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고, 그 방향성은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최고들은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있다. 축구선수 메시, 호날두는 역사에 남을 선수들이고 축구와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최고 수준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남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그들만의 강점을 갖고 있다. 메시는 세기의 드리블러이고, 호날두는 역사상 견줄 만한 상대가 없는 탁월한 신체능력을 갖고 있다. 테니스 역사상 최고 선수로 꼽히는 로저 페더러는 특출 난 원핸드 백핸드 능력을 갖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능력이 심지어 15년이 넘는 선수생활의 중반부 즈음에 새롭게 장착된 무기라는 점이다. 피겨 선수 김연아의 기술은 의심할 바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다른 선수들과 김연아의 뚜렷한 차별점이 생기는 지점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만의 표현력이다. 예체능이 아닌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기업가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노력의 화신 같은 존재이다. 그는 세상의 변화, 'paradigm shift'를 읽는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강점이 이들을 최고의 자리에 이르게 만든 것이다. 어린 나이에 메시 같은 드리블을 하는 선수는 많고, 호날두는 20대 초반에는 왜소한 편이었다. 김연아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예술성을 갖추어 나갔고, 페더러는 선수 생활 중반에 백핸드를 재장착했다. 손정의는 60세가 넘은 지금, ARM을 인수하면서 IT 업계의 흐름을 리드하고 있다.
최고들의 강점은 노력의 산물이다. 메시, 호날두, 페더러, 김연아, 손정의. 각 분야의 idol인 이들의 무기는 타고난 것이 아니다.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최고들의 무기 역시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양과 질이 투입된 노력의 결과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단순히 양, 질적인 노력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 어떤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인지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설계된 노력의 결과이다. 일부 분야에서 재능을 타고나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재능을 탁월하게 꽃 피우는 경우는 드물고, 이는 노력의 차이 때문이다.
자신만의 무기(강점)를 가지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강점을 알아야 하고, 어떤 방식을 통해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선 여기에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지식근로자도 자신만의 무기를 찾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지식근로자는 아니지만 그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지식근로자가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일은 중요한 문제이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 근로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강점에 집중하라”는 대답을 준다. 운동선수나 예술가와 비교했을 때, 지식근로자에겐 키워야 할 강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 이유는 강점이라 불리는 능력들이 대개 시각적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능력이 아니라 추상적인 능력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이 뭘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본인에 대한 파악 자체가 잘 안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러커는 "강점에 집중하라"는 제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떻게 강점을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한 가지 방법으로 'Feedback Analysis'라는 방법론을 제안한다.
"피드백 분석이란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스스로 예상하는 결과를 기록해 두고, 9개월 또는 12개월이 지난 뒤 자신이 기대했던 바와 실제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피드백 분석을 해오고 있는데, 매번 그 결과에 놀라곤 한다…중략…피드백 분석은 어떤 일을 함으로써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방해가 되는지, 혹은 어떤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강점이 최대한 발휘되지 못하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그다지 유능하지 않는 분야와 강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야 그리고 단순히 수행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분야도 가르쳐준다."
피드백 분석이란 쉽게 말해 자신이 좋은 성과를 반복적으로 내왔던 분야에서 자신의 강점이 드러나고 반대로 성과가 부진한 사례로부터 자신의 약점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일단 피드백 분석을 통해 강점을 파악하고 나면, 약점을 보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더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점을 보완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대개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 쉽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 보더라도 자꾸만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크게 느껴져서 이것저것 다 갖추려는 노력을 했던 기억들이 있다. 한국의 입시 제도, 대학 졸업 후의 취업 시스템은 사람들이 약점 보완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주범들이다. 한 분야에 특출 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찾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눈에 띄게 뒤떨어지는 분야가 없는 사람들을 걸러내고자 만들어낸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약점은 약점으로 인정하고 내버려둔 채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다.
"피드백 분석을 통한 또 하나의 결론은 아무리 해도 성과가 오르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중략… 낮은 역량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를 개선하는 데에는 가능한 한 노력을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곳은 높은 역량을 가진 분야, 뛰어난 기술을 가진 분야이다. 최상의 성과를 내는 분야와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분야를 개선하는 것보다 평균 이하의 역량을 가진 분야를 개선하는 데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들게 마련이다."
평균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면, 그 강점을 더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다. 모든 분야가 case by case라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드러커는 한 가지 유용한 팁을 준다.
자신이 어떻게 배우는 가를 파악해야 한다
자신에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배움의 방식을 통해 강점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내리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지식 혹은 스킬을 습득하는 데에 능숙한지 잘 알고 있다. 무엇인가를 외울 때 말을 하면서 암기하는 사람이 있고, 눈으로만 차분하게 읽는 게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사람이 있다. 언어를 배울 때도 글을 읽고 쓰면서 더 빨리 배우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대화를 통한 습득이 더 빠른 사람들이 있다. 실전 경기를 뛰면서 느는 게 많은 사람이 있고,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기만 한 반복적인 연습이 더 효과적인 사람이 있다. 결론은 대부분 각자가 어떤 유형의 배움의 방식을 가졌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최선의 배움의 방식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마 그 이유는 정답을 찾아내야 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몇 년 전에 한창 많은 책들을 단기간에 소화하고자 하는 욕심에 휩싸여서 어떻게 하면 더 책을 효과적으로 읽고 그 내용을 잘 소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고민의 포인트들을 예를 들자면, '밑줄을 치면서 책을 읽는 것이 좋은가 혹은 다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그 시간에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나을까'등등이었다. 당시 나보다 더 많은 양의 독서를 하는 인생 선배에게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지를 조언을 구했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은 질문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나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고, 그 답은 내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지금은 깨달았다.
문제를 푸는 사람이 아니라 내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면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배움에는 각자의 방식이 있지만,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된다. 누군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 자체가 배움의 의지를 더 강하게 다질 수 있는 외부적인 제약 조건이 된다. 남을 가르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선 나 스스로 더 폭넓은 이해 혹은 높은 숙련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나은 배움의 방식이다.
모두가 최고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다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냥 노력이 아니라 본인의 무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Written by 김산
Edited by 조경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