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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빡쌤 Oct 15. 2020

수학을 잘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기초가 부족해 수학 공부에 어려워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조언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 경력만 10년이 넘은 내가 듣는 질문 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이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요?"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만사형통의 수학 공부 공식이라도 있었으면 참 좋겠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물론 몇 가지 유명한 방식들이 있다. 이것은 내가 적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선생님들께서 여러 차례 강조해서, 시간을 조금만 들여도 인터넷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그러한 수학 공부 방법이 아니라 선수학습이 잘 되어있지 않아 현재의 수업을 못 따라가고 있는 학생, 그렇지만 수학을 잘 하고 싶다는 의지와 마음이 있는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기초가 부족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중학교 1학년 과정부터 다시 하겠다고 중학교 교과서나 문제집을 구입해서 혼자 열심히 푸는 경우이다. 이 방법이 잘 통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실패한다. 나도 고등학교 2, 3학년 때 1학년 과정부터 다시 하겠노라고 계획을 수없이 세우고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1학년 정석의 첫 단원 집합 부분만 책이 새카맣게 변해있던 것이 그 증거이다. 또한 학원 기초반을 들어가더라도 그 기초반마저 따라가지 못해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들고 질문을 할 때 이렇게 질문한다. " 선생님.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다시 질문한다. "그래, 그럼 무엇을 모르겠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 질문에 당황해한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 시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내가 이 문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그 아이가 그 문제를 습득하게 될 일은 없다. 내 입만 피곤하게 될 뿐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느냐 그것을 파악하는데서 수학 공부의 반전이 시작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깨달으려면 현재 학교 수업에 충실하여야 한다. 고등학생이라면 수업을 빼먹어서는 안 된다.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대학 진학인데 수업(=성적)을 뺄 수는 없다. 이해가 가지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보면 아는 지식의 차이보다 생각의 방향이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언어 공부와 비교할 수 있는데, 잘 못 알아듣더라도 계속 듣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의미가 이해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물론 완벽하게 언어와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업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체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모르는 것이 많을수록 교과서와 노트는 점점 새로운 단어들과 수식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것이 출발이다.


 둘째는 자신감이다. 수학 공부의 절반은 자신감이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곤 한다.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경우(수학 공부를 시작했으면 당연하게 많은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은 바로 포기하고 답안지를 보거나 다음 문제로 넘겨버린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학생은 일단 도전해본다. 쉬운 숫자 0이나 1을 대입해보기도 하고 적당하게 답을 유추해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도 해볼 것이다. 아니면 예전에 비슷한 문제를 풀었던 적은 없었나 하고 회상이라도 해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학 공부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는 출발점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앞서 했던 문제에 대한 내 질문에 이런저런 답을 한다. 이렇게 해봤는데 안되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안되었다고. 그랬을 경우에 나의 풀이나 해결 방향이 아이게 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생각 외로 많은 아이들이 내면 깊은 곳에 이러한 자신감을 감추고 살고 있다. 그것이 수학 성적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 가로막혀 인위적으로 내리누르고 나오지 못하게 하고 살고 있던 것이다. 대부분이 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수학을 잘했었다고(아니면 좋아했었다고) 말한다. 그래 넌 원래 수학을 잘하는 아이였어. 단지 중간에 조금 쉬었더니 그때부터 막혀서 지식이 조금 부족했던 거야. 네가 노력하면, 지식을 조금만 습득하면 지금의 어려운 문제도 충분히 풀 자질이 있어. 그래 생각해보면 그랬다며 공감할 것이다.


셋째는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노력(시간)이다. 자신들이 왜 수학을 못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면 원래부터 못했던 것이 아니라 언젠가 잠시 수학을 내려놓고 지낸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조금씩 수학을 후 순위로 밀어놓았을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이 된 것임을 깨닫자.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을 조금이라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잘한다고 수학 공부하는 시간이 적을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잘 할수록 수학 공부하는 시간이 더 많다. 참 아이러니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차이는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고 효율성(집중)이다. 그동안 빼먹은 시간을 모두 채워야 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함을 알아야 한다. 수학이 복권 당첨처럼 단번에 잘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임을 안다면 각오는 해야 한다.


정리하면 현재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모르는 것을 열심히 체크하고 그때마다 참고서를 참고해서 예전으로 돌아가 공부해야 한다. 그 이전 참고서를 봐도 모르겠다면 중학교 참고서를 다시 참고해야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수업 한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 열 시간이 사용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점차 줄어들어서 나중에서 수업한 시간의 내용을 10분만 돌아보아도 다 이해하여 정리할 수 있는 날이 온다. 그때부터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방향이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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