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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음 Jan 20. 2024

끝이 있다

5. 인정하고 나아가기

새해를 맞아 글공부를 시작했는데 벌써 꾀가 났다. 슬슬 지겹고, 지루하고, 그만할까 싶다. 이 심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름 방법을 찾았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면 늘어졌던 마음이 다시 조여진다. 매주 마감을 정해주는 선생님, 내 글을 읽어주는 동료들, 여러 사람 앞에서 내 글의 부족한 점과 잘한 점을 듣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고 되새기면 하기 싫은 숙제 같은 글공부가 놓치기 아까운 기회로 보인다.


지겨울 만큼 노력했구나 나를 인정해 주면 의지가 충전된다. 퇴근하고 2시간씩 2주 동안(주말 제외) 공부했다, 2005년 자료에 이를 정도로 관련 글을 싹 뒤졌다, (진짜 귀찮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아는 거라고 하길래) 혼잣말로 중얼중얼 자료에서 배운 지식을 말해봤다, 마감날은 한 시간 일찍 일어나 키보드를 두드렸다, 두 차례 마감을 잘 지켰다. 그리고 글 쓰는 게 지겨워졌다.


다시 끝이 있다는 생각으로 간다. 한국 부동산 PF에 관한 시험용 글을 쓰는 중인데, 이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두 차례 마감을 지키면 다른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 부동산 PF에 관해 깊이 공부하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끝이 있다고 되새기면 지겨운 마음이 옅어진다.


글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숨을 헐떡이며 연장전을 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있었다. 거부감을 들추면 게을리 공부하고 대강 쓰던 버릇이 들킬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두려운 마음을 들추면 그 버릇을 고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다. 간절함을 들추면 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길은 더 나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쁜 버릇을 인정하고 끝이 있다고 되새기며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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