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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석 Jun 23. 2023

편집자의 사생활

홀로 고뇌하는 편집자들을 향한 위로

나는 전문 편집자는 아니지만 교육 월간지의 편집장을 맡아 2년째 일하고 있다. 벌써 열여섯 번째 책을 발행했음에도 매달 월간지 한 권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부담과 긴장의 연속이다. 스무 명에 가까운 필자들에게 원고를 요청하고, 독촉하고, 원고를 받은 뒤에는 분량을 조절하고, 맞춤법과 비문을 고치고, 독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술술 읽히도록 문장을 고치다 보면 하루 종일 집 밖에도 나가지 않고 2-3일이 그냥 지나갈 때도 있다. 아침저녁에 가족을 만나 조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혼자 말없이 지내다 보면 우울증이 올 것만 같은 때도 있다.

내가 완성해야 하는 글은 두 개의 인터뷰와 편집후기 정도이지만, 인터뷰 대상자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원고가 오고 가고, 사진을 모아 배치하다 보면 이 작업도 2-3일이 꼬박 걸린다. 같이 일하는 분들과 새로운 곳에 가고, 특별한 분을 만날 때면 신날 때도 있지만, 이후 혼자 컴퓨터 화면과 씨름하는 과정은 여전히 고되다. 그래도 나는 이 일을 좋아하고 있고,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큰 보람도 느끼고 있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출판사의 편집자들이다. 편집자의 사생활! 제목도 재밌고 편집자의 생활을 얼마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일까 궁금하여 이 책을 펴 들었는데, 역시 전문 편집자의 글이어서 그런지 술술 읽힌다. 메이저 출판사를 여러 곳 거치고 이제 독립하여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답게 책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많다. 글도 재미있게 잘 쓰신다. 이 분이 편집한 책, 새로 차린 '마름모'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어서 읽고 싶어 진다. 책 제작과 편집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좋은 책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런데도 세상에, 오늘 하루에도 새로운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책 중에는 작가와 편집자의 고심을 담아 아주 어렵게 나온 책도 있을 테고, 비교적 쉽게 나온 책도 있을 것이다. 쉽게 나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쏟아야 할 노력은 상당하겠지만.


이제 작가이기도 한 저자의 편집자(1인 출판사 대표)로서의 삶을 엿보며 책 읽는 즐거움을 누렸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출판사만 해도 9만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실제 운영되고 있는 출판사가 오천 개만 된다고 해도 오천 명의 편집자들이 오늘도 비슷하게,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된다. 편집자로 살아가는 그분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와 부담은 어떠할지 조금은 헤아려진다. 특히나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출판사 대표님들은 홀로 많은 결정을 내리며 고군분투하고 계실 텐데 그 부담이 어떠할지.... 나는 그분들에 비하면 좀 더 가볍게,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

우리가 쉽게 만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분들, 판권지를 유심히 보지 않고는 이름도 알 수 없는 편집자님들. 세상에 좋은 책을 내밀기 위해 애쓰는 그분들에게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다.

편집자의 사생활(고우리 지음, 미디어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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