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아내는 장호덕손만두를 좋아한다.
그 만두와 처음 대면하게 된 날은 몇 년 전, 경기도 문산에서였다.
우린 이미 배가 많이 불러 있었지만
코를 자극하는 냄새와 공기 중으로 허옇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생활의 달인'마크는 발길을 멈추기 충분했다.
만두는 속이 꽉 차있었고 씹는 순간 부드러운 맥주처럼 쓰윽~ 하고 넘어갔다.
눈이 커지는 맛이었다.
어제부터 갑자기 장호덕손만두가 먹고 싶었다.
지도 앱으로 검색해 보니 체인점이 의왕에 하나, 산본 하나 있었다.
내일 운동 삼아 산본지점에 걸어가 보자!
자주 못 갈 것 같으니 2팩 정도 더 사 가져오는 거야!
다음날, 오전 재택을 마치고 서둘러 집에서 나와
마음속으로 장호덕! 손만두!하며 안양천을 열심히 걷고 있는데 풀냄새가 진동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눈앞에서, 강 건너편에서 윙윙 소리를 내는 제초기 소리가 들렸다.
공공 근로 아저씨들이구먼.
와아~ 풀냄새 정말 진하네.
어렸을 때는 풀냄새를 맡으면 마냥 기분이 좋았는데
식물을 키우기 시작해서 그런가? 아니면 나이 들어서?
풀냄새가 식물들의 피비린내처럼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멈춘 발을 움직이는데 발밑에 무언가 보였다.
거머리인가? 하면서 자세히 보니 달팽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였다.
너 풀 깎기 하는 거 보고 무서워서 도망 나왔구나!
검지로 살짝 민달팽이 몸을 터치를 하니 몸을 움츠렸다.
어라? 저 앞에도 있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호덕! 손만두!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금정역 지나고 나서 산본시장이 나왔다.
옥수수와 붕어빵을 파는 노점과 고로케와 꽈배기를 파는 매장과 장춘동 족발집이 보였다.
다 맛있어 보이지만 이번에는 패스.
일단 만두부터 사자!
걸어서 40분 만에 도착한 장호덕 손만두집은 정기휴무였다.
보통 정기휴무 월요일 아닌가?
무슨 정기휴무를 매주 수요일에 하는 거야~
여기까지 온 것이 좀 아까워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건너편에 만둣집 하나가 더 있었다.
서둘러 건너편 만둣집으로 갔다. 갔는데...
'정기휴무 안내, 매주 수요일'
헉!
장호덕손만두와 정기휴무가 같은 날이라니~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눈앞에서 목표가 없어지자 쓰나미처럼 허기가 밀려왔다.
괜찮아 보이는 곰탕집에 들어가 곰탕 정식을 시켰다.
곰탕 국물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고기도 실했다.
그릇째 들고 국물까지 완샷하고 식당을 나왔는데
아까 전에 봤던 노오란~ 옥수수가 눈에 밟혔다.
그래. 만두도 못 샀고 여기까지 왔는데 옥수수는 사 가져가자.
2개에 2천원. 싸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 진한 풀냄새를 맡으며 민달팽이의 미래와 장호덕 손만두를 생각했다.
그리고 난 오후에 재택근무를 하며 달달한 옥수수를 아끼듯 돌돌 뜯어먹었다.
다음에는 장호덕손만두, 놓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