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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by 월세부부 Oct 22. 2021

나, 그리고 아내는 장호덕손만두를 좋아한다. 

그 만두와 처음 대면하게 된 날은 몇 년 전, 경기도 문산에서였다.

우린 이미 배가 많이 불러 있었지만 

코를 자극하는 냄새와 공기 중으로 허옇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생활의 달인'마크는 발길을 멈추기 충분했다.

만두는 속이 꽉 차있었고 씹는 순간 부드러운 맥주처럼 쓰윽~ 하고 넘어갔다.

눈이 커지는 맛이었다.

어제부터 갑자기 장호덕손만두가 먹고 싶었다.

지도 앱으로 검색해 보니 체인점이 의왕에 하나, 산본 하나 있었다.

내일 운동 삼아 산본지점에 걸어가 보자!

자주 못 갈 것 같으니 2팩 정도 더 사 가져오는 거야!

다음날, 오전 재택을 마치고 서둘러 집에서 나와 

마음속으로 장호덕! 손만두!하며 안양천을 열심히 걷고 있는데 풀냄새가 진동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눈앞에서, 강 건너편에서 윙윙 소리를 내는 제초기 소리가 들렸다.

공공 근로 아저씨들이구먼.

와아~ 풀냄새 정말 진하네.

어렸을 때는 풀냄새를 맡으면 마냥 기분이 좋았는데 

식물을 키우기 시작해서 그런가? 아니면 나이 들어서?

풀냄새가 식물들의 피비린내처럼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브런치 글 이미지 1

멈춘 발을 움직이는데 발밑에 무언가 보였다.

거머리인가? 하면서 자세히 보니 달팽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였다.

너 풀 깎기 하는 거 보고 무서워서 도망 나왔구나!

검지로 살짝 민달팽이 몸을 터치를 하니 몸을 움츠렸다. 

어라? 저 앞에도 있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호덕! 손만두!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금정역 지나고 나서 산본시장이 나왔다.

옥수수와 붕어빵을 파는 노점과 고로케와 꽈배기를 파는 매장과 장춘동 족발집이 보였다.

다 맛있어 보이지만 이번에는 패스.

일단 만두부터 사자!

걸어서 40분 만에 도착한 장호덕 손만두집은 정기휴무였다.

보통 정기휴무 월요일 아닌가?

무슨 정기휴무를 매주 수요일에 하는 거야~

브런치 글 이미지 2

여기까지 온 것이 좀 아까워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건너편에 만둣집 하나가 더 있었다.

서둘러 건너편 만둣집으로 갔다. 갔는데...

'정기휴무 안내, 매주 수요일'

헉!

장호덕손만두와 정기휴무가 같은 날이라니~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눈앞에서 목표가 없어지자 쓰나미처럼 허기가 밀려왔다.

괜찮아 보이는 곰탕집에 들어가 곰탕 정식을 시켰다.

곰탕 국물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고기도 실했다.

그릇째 들고 국물까지 완샷하고 식당을 나왔는데 

아까 전에 봤던 노오란~ 옥수수가 눈에 밟혔다.

그래. 만두도 못 샀고 여기까지 왔는데 옥수수는 사 가져가자.

2개에 2천원. 싸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 진한 풀냄새를 맡으며 민달팽이의 미래와 장호덕 손만두를 생각했다.

그리고 난 오후에 재택근무를 하며 달달한 옥수수를 아끼듯 돌돌 뜯어먹었다.

다음에는 장호덕손만두, 놓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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