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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세부부 Oct 28. 2021

정말이지 눈과 귀를 씻고 싶었다.

화상면접

저희는 모든 질문은 다했는데요.

혹시 준비했는데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이나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지금 질문해 주시면 됩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가요?

네에. 가능합니다.

자율 출퇴근이 된다고 하는데 맞나요?

네에. 맞습니다.

... 중략 ...

이 지원자는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어떤 자신감인지 이미 면접에 붙은 것 마냥

회사의 복지혜택에 대해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면접관 질문에는 제대로 답한 것은 없었는데 말이다.

면접관들은 복지혜택에 관심 있는 지원자보다는 

입사 후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훠월씬~ 더 좋아한다.

생각해 보라!

면접관들이 면접을 보는 이유는 '사람이 필요'해서다.

그러니까, 복지혜택만을 궁금해하는 사람보다는 

'업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면접의 필요성을 잊고 면접에 임한다.

면접관이 면접을 보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 모든 답이 있다.

그러니 면접 전에 지원하는 회사가 

'나를 필요'하게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도봉산 단풍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 웬만한 면접은 대면면접에서 모두 '화상면접'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면접관들도 화상면접에 적응하고 있는데

화상면접을 하다 보면 '화상'의 이점을 이용한 다양한 지원자들과 만나게 된다.

첫 번째는 면접 전에 

자신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포트폴리오 등을 본인 모니터에 잔뜩 띄워놓고 '읽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보통 자기소개 때부터 자신의 문서들을 띄워놓고 읽는데

면접관 입장에서 보면 보는 사람이 다 쑥스러울 정도로 

눈동자가 심하게 양옆으로 '주기적'으로 움직인다.

그럴 때는 보통 처음 한두 번은 넘어가다가

계속 그럴 경우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거나 주위를 환기 시키는데

그때부터 지원자는 멘탈은 산산조각 나고 영혼은 가출하기 마련이다.

이런 형태의 지원자는 프롬프터 읽는 뉴스 앵커가 아니기 때문에 답변은 부자연스럽다.

또한 모니터에 띄워진 자료를 토대로 답변을 하기 때문에 질문과 상관없는 대답이 많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는데

난 그들에게 타이슨이 예전에 했던 말을 들려주고 싶다.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누구나(지원자) 그럴싸한 계획을(화면에 이것저것 자료를 띄우고 읽으면 되겠지?) 가지고 있지. 

(면접관) 나한테 그 주둥이가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말이야"

편법으로 면접을 통과할 생각을 하지 말자!

실력이 없다면 실력을 먼저 키운 게 우선이다.

남들에게 본인의 부끄러움을 감출 수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출 수는 없다.

두 번째는 100명 중에 1명 정도 있을까 말까 한 지원자인데

그들은 면접관의 질문을 듣자마자 대놓고 구글, 네이버 등에서 검색해서 답변하는 형태다.

참, 답이 없는 지원자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최근에 이런 희귀한 지원자를 만났다.

지원자는 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요청을 하자마자 미리 모니터에 띄워놓은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이제는 뭐, 이런 행위를 워낙 많이 겪은 상태라 그러려니 했다.

황당한 건 그다음부터였다.

내가 질문을 하자 그 지원자는 갑자기 

잠시만요~ 하면서 생각 중이라는 듯 과장스럽게 눈동자를 위아래로 굴렸다.

뭐지? 왜 이렇게 어색하지? 연기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지원자는 내가 아닌 본인 모니터 위쪽을 보더니 무언가를 타이핑 시작했다.

그 지원자는 내가 질문한 것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있었다.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가 랜선을 타고 내 노트북 스피커에서

타탁타탁타탁, 클릭하며 너무나 잘 들리는데

그 지원자는 잠시만요~ 후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정신없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난 당장이라고 면접을 끝나고 싶었지만 회사 이미지도 있고 해서

정중하게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가 난다고

저의 질문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원자는 그게 아니라~ 라는 말과 함께 좀 더 검색을 한 후 내 질문에 답변을 했고

급하게 검색한 답변은 그냥 횡설수설이었다.

청산도

30분간의 화상면접을 끝내고 정말이지 눈과 귀를 씻고 싶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면접이었고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었다.

실력이 부족하면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사람이 모두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이기심이 지나쳐 밖으로 표출되면 보통 혐오스럽거나 역겹다.

면접에는 붙고 싶고 실력은 없고.

그 마음은 알겠지만 세상 부끄럽게 살지 말자.

아직 그러게에는 너무나 청춘이기에...


보너스: 면접 붙고 싶은 사람들은 작년 4월에 썼던 아래 글을 읽어보시길...

https://brunch.co.kr/@chita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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