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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세부부 Aug 09. 2020

면접, 이런 사람들은 붙더라고~

주말 내내 비가 온 데는데요?

그래요? 그럼 전에 막걸리?

콜!


요즘 세상 좋아졌다. 오뚜기에서 감자전 믹스가 나왔다.

이게 뭔고 하니. 물만 넣고 섞기만 하면 감자전이 뚝딱 만들어진다.  

강판에 갈거나 감자를 일일이 채를 써는 작업 때문에 감자전은 피하게 되는데

오뚜기에서 고맙게도 감자전 믹스라는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아주 편하게 감자전을 먹을 수 있게 해 줬다.

이 자리를 빌어 오뚜기에게 심심한 감사를~


마트에서 감자전 가루와 부침가루를 산 후 처제, 처남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에 막걸리 먹고 싶은 사람들이 이번 주에 놀러 오라고.

처제는 선약이 있다고 했고 백수인 처남은 알았다고 했다.

준비

처남은 올해 초 대학을 졸업했다. 나와 나이차는 19살. 그래 맞다. 늦둥이 막내다.

대학졸업을 했으니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처남은 졸업장보다 코로나 마스크를 먼저 받았다.

코로나는 수많은 대학 졸업생을 신입사원 대신 집돌이로 만들었고

그중에 한 명이 내 처남이다.


감자전 믹스에 물을 넣고 섞어주니 점점 되직해졌다.

와우~ 설마 했는데 정말 반죽이 되네.

이제 다진 소고기를 넣고 함께 섞어주면 끝!

(감자전에 소고기를 살짝 넣으면 맛있다

예전에 한식대첩에 나왔던 명인이 TV에서 설명한 적이 있어 따라 해 봤다)


호박전과 감자전이 다 부쳐질 때쯤 처남이 왔다. 먹자!

와. 맛있다. 그리고 쫄깃한데?

소고기를 넣어서 그런가? 감칠맛 장난 아니다.

카야! 역시 전에는 막걸리다!

  

사실 장모님은 막걸리를 싫어하신다.

예상대로다. 장인어른 때문이다.

장인어른은 하루에 막걸리 세 병을 꼭 드신다. 결혼하기 전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에이~ 설마. 했다. 아니었다. 장인어른은 하루에 꼭꼭 세 병을 드셨다. 밥을 먹듯(예전에는 하루에 네 병 드셨다고 한다).

이제 그렇게 드신 지가 20년 가까이 됐으니 장모님과 처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오죽하면 장모님이 차라리 장수 막걸리에 취직을 하라고 했을까!

(장인어른은 나름 취향이 정확해 장수 막걸리만 드신다)


그렇다면 우리가 장인어른을 바라보는 시각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니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는 편이다.

오랫동안 지켜본 봐로는 장인어른에게는 막걸리는 생수고 음료수고 밥이다.

끊으면 아프거나 죽는다.

저번에는 장인어른께 진지하게 하루에 막걸리 세 병 먹는 거 유튜브로 방송한 번 해보시라고 제안 했었다.

채널명도 정해줬다.

막걸리 세병.

장인어른은 내 제안을 들으며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시며

시원하게 막걸리만 들이켜셨다. 조옷타~

오뚜기 감지 전 믹스에 소고기 섞은 감자전. 쫄깃~
막걸리 한잔~

처남, 별일 없고?

없어요.

면접은 보고 있어?

이력서는 내고 있죠.

처음에는 이력서 다 떨어지더니 요즘에는 서류는 붙고 1차에서 떨어지거나 2차에서 떨어지고 있어요.

걱정하지마. 조금만 더 하면 붙을 거야.

면접도 경험이거든.

하긴 세상에 경험 없이 이루어지는 게 있나?

멘탈관리 잘하고 자신감 있게. 알지?

흐흐. 알죠.


요즘도 우린 종종 세계여행 때 만난 사람들과 만나 기분좋게 술 한잔을 하곤 한다.

한번 면접에 관해서 이야기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다들 처남 또래이고 취업 준비생들이라 이런 식으로 하면 좋다고 조언해준 적이 있다.

물론 젊은 세대에 맞춰 짧게. 대략 10분 정도?

처남은 그게 최근에 면접 준비할 때 많은 도움이 됐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는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좀 아쉬워했다.


괜찮아. 처남.

면접이라는 게 기본 소양이 비슷하면 복불복이야. 왜냐하면 면접관도 사람이거든.

내가 방법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수십번 경험했던 면접관 상황과 생각이 오히려 처남이 면접 볼 때 훨씬 도움이 될 거야.

네에~


일단 이런 사람들은 다 떨어졌어.


자신감 없는 사람,

면접을 대본 외우듯 외워서 온 사람,

면접하는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1도 모르는 사람,

눈빛에 절실함이 없는 사람,

거들먹거리는 사람,

자신이 잘났다고 침 튀겨가며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논쟁을 유발하는 말투를 지닌 사람,

독단적인 사람,

모르는데 모른다고 하지 않고 포장하는 사람,

이력서와 실제 면접에서 확인한 사실관계가 다른 사람.

그 밖에도 많아.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붙더라고.


첫번째, 자신감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부터 온몸에서 자신감이 뚝뚝 떨어져.

그러면서 살며시 웃어.

면접관들 다 죽었어. 하는 표정과도 약간 비슷하달까? 그런데 중요한 건 그 표정이 편한하고 자연스러워.


두번째, 자신이 전공한 내용을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사람,

보통 신입사원 공채를 하면 이력이 없기 때문에 대학에서 공부한 내용을 위주로 질문을 하는데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은 대부분 붙더라고.


세번째,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면접관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

사실 이게 가장 어려워.

면접은 자신이 뭘 잘하는지 뽐내는 자리인데

면접 시간을 그 시간으로 다 소비하면 면접관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해.

그래서 우리 회사 뭐가 도움이 된다는 거지?


회사가 신입사원 공채를 뽑는 이유가 뭘까?

사람이 '필요해'서야.

자기 자랑도 중요한데 더 중요한 것은 필요한 사람이야.

그래서 시간을 들여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을 보는건데!

면접에서 자기 자랑만 하고 있어 봐.

면접관이 금방 지루해 하는게 당연하지.

그렇기 때문에 신입사원 공채 때 면접관이 할 수 있는

질문들은 경력자들에 비해 아주 제한적이고 뻔해.


잘하는 게 또는 자신의 장점은 뭐인가요?

대학 때 어렵거나 인상적이었던 프로젝트 뭐였나요?

그 어렵거나 인상적이었덤 프로젝트를 하면서 뭘 배웠나요?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어떤 갈등을 겪었고 어떤 식으로 이겨냈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리더와 소통의 정의는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어떻게 답변해야 하냐고?

당연히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해해야지.

절실한 눈빛과 열정은 기본으로 탑재하고.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절실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알겠는데 알기 쉽게 설명해줄 수 있나요?


음....그건 이런 거야.

한 번은 인턴 면접을 보는 날이었어.

그 날은 비가 올 날씨가 아니었어.

그런데 면접시간 10분 전부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거야. 쏴아~ 하고.

우린 면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다대다 면접이라 면접관 4명, 인턴들도 4명이었어.

여자 셋, 남자 한 명.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면접실 문을 열고 한 명씩 들어왔어.

여자, 여자, 남자, 여자 순으로.

의외로 다들 비를 맞지 않았어. 딱 한 명 빼고.

자기소개를 하면서 면접은 빠르게 진행됐는데 딱 한 명.

세 번째에 앉은 남자는 비를 얼마나 흠뻑 맞았는지

면접이 중반이 넘어가고 있는데 그의 머리와 옷에선 여전히 빗물을 뚝뚝 떨어지더라고.

그리고 면접관 누군가가 그에게 포트폴리오는 없나요?라고 물었어.

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옷 속에서 꺼낸 것은 문서 뭉치 하나였어.


자기는 비를 맞아도 이 보고서 만은 비를 맞히고 싶지 않았던 거야.

그의 눈빛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과 그 문서의 일부가 젖어서 떨어지는 빗물이

아마도 면접관들은 똑같이 느꼈을 거야.

이게 바로 절실함이구나.

말 그대로 절실함이 뚝뚝 떨어지더라.

그건 분명 빗물이었는데.


그런데 반전은 그 남자 빼고 인턴 면접에 다 붙었다는 거야.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그 남자는 떨어졌어.

내 상사인 실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남자만 떨어뜨렸지.

그때 내가 얼마나 화가 났던지 6시가 되자마자 곧바로 퇴근해버렸어.

야근해야 하는 날이었는데.


다행이건 그 친구는 인턴은 떨어졌지만 이후 대기업에 단방에 붙었어.

그땐 내가 그 대기업에 들어간 것처럼 기뻐했지.

이게 바로 내가 최근에 겪었던 절실함이라는 이미지야.


매형. 막걸리 다 먹었는데 맥주 더 사 올까요?

콜!



월세부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ita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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