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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세부부 Aug 10. 2020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미국 주식 투자 이야기

번개 불에 콩 볶듯 유튜브 채널을 두 개 만들고 나서

편집 작업이 만만치 않다,

직장 다니면서 하기에는 벅차다,

영상을 만드는데 즐겁지 않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야금야금 잠식해 갈 때쯤

난 '미국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증권사 앱을 설치하고 예금을 깨고

올해 초부터 사고 싶었던 주식을 기다렸다는 듯 기계적으로 샀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시장을 예측하고 사는 게 아니라 가치투자니까 떨어지더라도 너무 쫄지 말자.

다들 우량주들이고 내가 잘 아는 기업들이니까 떨어지더라도 다시 오를 거야.


올 해초, 코로나가 시작할 때쯤 우연히 미국 증시를 본 적이 있다.

IT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던 난 자연스럽게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 주식들에게 눈이 갔다.

이 주식들!

돈이 허락하는 내에서 모두 다 사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서른 초반에 주식 투자로 3개월 만에 천만 원을 날렸던

부정적인 경험이 나를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했다.

내 내면은 어느새 두 개의 자아로 분리됐다.


주식 천만 원을 날린 나(주천): 정신 차려. 지금 증시가 더 떨어질지도 몰라.

그리고 잊었나 본데. 넌 이미 과거에 주식으로 천만 원을 날린 적이 있잖아.

이번에도 시원하게 모두 날려볼래?

주식을 사고 싶은 나(주사): 주식이 더 떨어져도 상관없어.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 소프트 주식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회사라고 생각하거든.

1년 반 전에 라스베이거스에 출장 갔을 때도 느꼈지만 애플, 아마존은 앞으로 더 성장할 거라고.

주천: 그건 니 생각이고. 처음에는 니 말대로 단타 치치 않고 가치투자 어쩌고 할 테지만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넌 분명히 주식을 매도하고 예전처럼 단타를 칠 거야.

단타 치는 거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사람이 쉽게 바뀌냐?

주사: 이번에는 정말 단타 안치고 장기로 가져갈 거야. 진짜라구!

주천: 만약에 주식이 올라가기는커녕 더 떨어지면? 원금 20%, 아니 30%을 잃어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액수가 몇 백 단위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몇 천만 원이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주식에 '주'자도 모르는 주린이가 무슨 국내 주식도 아니고 미국 주식을 한다고 겁도 없이.


결국 난 내면의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식을 사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몇 개월간 주식이 우상향으로 빨갛게 올라가는 것을 넋 나간 표정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도전을 원하는 모험가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원하는 비평가에게 철저하게 부서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험가는 소멸됐다.


시간은 몇 개월 흘렀고 유튜브 채널을 시험 삼아 만들어보니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몇 개월 만에 모험가가 컴백했고

내면 속에서 거들먹거리며 왕처럼 앉아있는 비평가와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됐다.


우당탕! 쿵쾅! 팍팍팍!

결과는? 모험가 승리! 짝짝짝.


카카오 뱅크에 예금되어 있던 돈을 모두 깨고 이전부터 사고 싶었던 주식을 일주일 단위로 사들였다.

처음에는 사는 주식들마다 올라서 뭐지? 했는데  

뉴스들을 검색해보니 지금은 아무 주식이나 사도 오를 만큼 주식장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내 실력이 아니었어. 아무튼 이대로 가보자!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우리를 쉽게 놔둘 리 없다.

퇴근 후 매일마다 유튜브, 구글, 책 등으로 주식 공부를 하고 있는데 '달러 약세'라는 단어가 보였다.

그 단어를 보자마자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만약에 미국 증시가 떨어지고 달러까지 약세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미국 증시에서 큰 펀치 맞고 환전할 때 또 한방 먹는 거 아냐?

이건 시나리오에 없었던 건데...

이러면 안 되는데...

이번 투자에서만큼은 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머릿속에서 삑삑! 하는 경고음이 쉴 새 없이 들렸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어.

이렇게 계속하면 난 분명히 원금의 30-40%를 잃을지도 몰라.

가능한 한 빨리 주식들을 팔아서 시장이 폭락하기 전에,

달러가 떨어지기 전에 한국돈으로 환전해야 돼.

어서 빨리!


평온하고 고요한 호수에 불안과 공포라는 돌돌이 수 없이 던져졌고

몇 주간 별 평온했던 내 마음은 폭발 직전 화산처럼 미친 듯이 요동쳤다.


원금을 잃지 말아야 한다.

원금을 잃는다면 이 투자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 돈에는 아내가 열심히 땀 흘려 번 돈도 50%가 들어가 있다.

달러가 계속 약세가 되면 나중에 돈이 필요해 환전할 때 추가적인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공포와 불안을 며칠을 겪고 난 후,

난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던

우량주들과 마이너스 폭이 커진 주식 한 종목을

하룻밤 사이에 60%를 모두 팔아버렸다.

그리고 일주일 후...


난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내가 팔았던 우량주들은 이전보다 더 올랐고 마이너스 폭이 컸던 주식은 그 사이 많이 올랐다.

내면 속에 있는 비평가는 그럴 줄 알았다고 비아냥댔고 모험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주식 투자라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예전에 천만 원은 원칙이 없어서 날린 줄 알았는데

원칙이 있어도 그걸 지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이렇게 쉽게 공포에 사로 잡힐 줄이야.

무지가 공포와 불안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였구나!


그나마 다행이라면 국내 주식에서 유일하게 산 카카오는

한 번도 매도하지 않아서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고

패닉에 사로잡혀 팔았던 우량주들은 마이너스 주식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수익을 냈다

(이렇게라도 위안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은 어쩔 수 없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팔지 않는다라는 원칙만 잘 지켰어도 지금쯤이면 수익이 정말 좋았을 텐데...

30대 초반보다 지금이 훨씬 감정 조절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전과 다른 게 없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기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대신 이번에는 원칙을 좀 더 확실하게 정하고 주식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1. 우량주만 산다.

2. 시장을 예측하지 않는다.

3. 급전이 필요하지 않은 한 매도하지 않는다.

4. 위의 모든 원칙을 지킨다.


며칠 후, 난 이 네 가지 원칙에 맞춰 일주일 전에 팔았던 주식들 일부를 20%가량 다시 매수했다

(지금 생각해도 달러 약세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었던 주식 60%를 매도한 것은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리고 이미 매도했던 40%의 돈은 달러 환율이 오를 때 원화로 환전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6천만 원 정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기에.

4주에 걸쳐 1억 원을 투자했다가 달러 약세에 패닉이 와서 현재는 6천만 원만 투자하고 있음
국내 주식에서 유일하게 샀던 카카오 주식

최근 부동산 투자 규제가 심해져 돈들이 은행을 빠져나와 주식, 금, 비트코인 등으로 유입되고 있다.

자기 돈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자유지만 어렵게 땀 흘려 번 돈을 잃는 것은 빼 아픈 일이다.

나를 포함해 모두 잃지 않는 투자를 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파이팅!



월세부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ita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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