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 Mar 24. 2022

꼴페미의 바디프로필 도전기(2)

몸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 결심한 사람은 원본을 두려워하지 않지!ㅋㅋ 원본을 같이 올려본다.

그런데 뻥이다. 여전히 난관이 남아있다고 했던 거 기억하나? 두 번째 이야기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건 마음과 머리가 갑론을박을 멈추지 않는 과정이었다. 내 몸 이미 완성인데? 어떻게 더 훌륭해! 해놓고도, ‘체지방 24%로 바프 찍는 사람이 어딨어ㅠㅠ’라고 생각하게 된다. 십초 전엔 24% 만든 나를 엄청 대견해 했으면서!


잘 잡힌 근육은 보였으면 좋겠는데 드러내려면 빤스를 입어야 하고
빤스는 입기 싫고 근데 근육은 보였으면 좋겠고...
허리선이 가늘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뽀샵하는 건 싫고
근데 가늘었으면 좋겠고...
핀업걸 이미지나 야한 자세와 표정을 한 바디프로필 밖에 안 보이는데너무 내 취향 아니고, 그런 바디프로필 속 레이스 란제리를 하도 보다보니
스포츠브라+빤스는 또 예뻐보이기 시작하고...
혹시 입어볼까 하는 마음을 먹을라 치면
하지만 빤스 입을 몸이 준비되지 않았어!
 아... 아냐 이미 준비된 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지!
그러면 사실 레깅스 까면 삐져나오는 살도
그냥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사진을한 장 찍을까?
아냐 돈 내고 사진 찍는데 굳이 그걸 남겨?


오락가락 혼돈의 도가니 ㅋㅋㅋ 

결국, 당일날까지도 고민한 것 치고는 무척 즐겁게 촬영하고 왔다. 

그리고- 

다음날 받은 바디프로필 원본과 보정본에서 지금 현재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미의 기준을 본다. 

피부는 뽀얗고 매끈하게, 입은 들어가게, 털은 없게, 턱은 작게, 눈은 크게, 머리는 작게, 몸통은 가늘게...

왼쪽이 원본, 오른쪽이 보정본.



그래서 내가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거구나 싶다. 

평소에도 늘 보정본이고 싶은 솔직한 욕망을 자주 확인하는 과정이었구나�

 "외모는 각자 다 다르죠, 럽유어셀프!" 외치고 다녀도, 사실 속으로는 '예쁘다고 생각하는 몸'이 있다는 걸 자꾸 인식하게 되고, 또 그런 몸을 갖고 싶다는 속내를 스스로에게 들키고 또 들키고 하니까 혼란스러웠던 게지.


내 사진 보더니 자기도 찍고 싶어졌다고 한 친구만 셋이다. 외모에 관해 끊임없이 상기하게 되는 시간 동안, 그 친구들이 나보다는 덜 혼란스러워하면서 즐거운 부분을 뽀득뽀득 챙겨먹으면 좋겠다. 


그래서 뭐가 즐거웠냐면, 그 얘긴 또 다음 이 시간에!

매거진의 이전글 꼴페미의 바디프로필 도전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