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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Nov 08. 2019

캠퍼스는 어쩌다 장터가 되었나,도서관 앞 노점상 줄지어

지난달 5, 6일 노천극장에선 야외 콘서트...도서관 60m 앞엔 노점상 줄지어

‘캠퍼스 자유로이  권리’ 주장하는 학생들... 캠퍼스 주인은 학생 아니었나

‘면학 분위기 해친다’며 정문엔 ‘집회 금지’ 푯말... 학교 이익에 따른 '이중잣대' 아닌가


학생회관과 도서관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도 학생들 왕래가 잦은 곳이다. 대학생 생활 반경은 종종 배 채우는 학생 회관과 공부하는 도서관 두 곳으로 압축되기 마련이다. 이에 두 곳 사이 공터는 때를 막론하고 학생들이 가득 채우게 된다.


하지만 지난달 5일, 6일 이틀간 이곳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었다. 학생회관 앞 공터에는 노점상들이 자리잡았다. 도서관에서 불과 6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곳의 화려한 불빛과 손님 잡는 상인들의 외침이 흡사 도외 관광지의 야시장을 방불케 했다.

▲ 지난 6일 연세대 도서관과 학생회관 사이 노점상들이 불을 켜고 장사하고 있다. 사진 왼편으로 학교의 상징인 ‘독수리 탑’이 보인다.

연세대학교는 5ㆍ6일 양일간 캠퍼스 내 노천극장을 외부 공연에 대여했다. 인기 팝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콘서트 <It’ Soul Right(잇소울롸잇)>가 그곳에서 열렸다. 이틀 동안 1만 5천  전석이 매진되는 등 수많은 외부인이 연세대를 다녀갔다.


공연 당일 외부인들이 학생회관 앞 공터에서 연세대 학생들을 밀어냈다. 학생회관은 학교 정문에서 노천극장까지 가는 길 중간에 있다. 노점상 4개가 이 공간을 차지했다. 간단하게 물 등을 파는 상인도 있는 한편, 준비를 다 갖추고 분식·안주 등 그 자리에서 조리한 음식을 판 상인도 있었다. 노점상 뒤로는 빨간색 플라스틱 식탁과 의자가 놓였다. 관광지의 야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 식탁에서 공연을 찾은 외부인들은 음식을 주문하고 먹었다.


▲ 캠퍼스 내 노점상을 학생회관을 바라보고 찍은 모습이다. 당시엔 노점상이 줄 지었지만, 평소 캠페인ㆍ설문조사, 단체 행사 등 학생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학교 측, ‘학생 회관 앞 일부 공간 허가’... 관리 측면에서 불가피

학생회관 앞 공터는 학교 측이 장사를 허가한 공간이다. 관리 및 질서 유지를 위해 허가가 아닌 노점상들을 유도한 것이란 설명이다. 관계자는 "당초 우후죽순 꾸려진 노점상이 통제가 안됐다”면서 "이에 한 곳으로 몰아서, 학교도 관리를 할 수 있고 질서를 지키려는 것"이라 말했다.


학교 측도 노점상 관리가 곤란하단 입장이다. 노점상 관리 방침이 지시가 아닌 요청이라고 관계자는 거듭 강조했다. 관계자는 "(공연 일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미리 새벽에 물품 가져다 놓고 준비를 하고 있더라"면서 "온 것을 쫓아낼 수 없으니 하더라도 이 공간에서만 허용된다고 인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학생회관 앞 공간에서 장사를 허가했음에도 캠퍼스 곳곳에는 노점상들이 자리 잡았다.


학생들 '공부 방해' '미관 저해' 불편 호소 vs ‘학교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란 주장도 나와

학생들이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점상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외부인들이 학교 안 공간을 차지한 데 대해 불편을 느꼈단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은 "적어도 캠퍼스에선 불편을 느끼지 않고 거닐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닭꼬치가 4천 원에 터무늬 없는 가격이다. 폭리를 취한다”면서 “(비싸서) 사 먹을수도 없다. 전혀 학생을 위하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노점상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님을 모시는 상인들의 외침과 착석한 사람들이 내는 소리는 도서관 앞까지 들려왔다. 도서관 앞 벤치에는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주말에도 도서관엔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하더라도 도서관과는 가능한 한 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점상은 도서관에서 불과 60m 앞에 열린다.


캠퍼스 미관을 저해한단 지적도 나온다. 노점상의 파라솔은 색이 휘황찬란했고, 전구로 비춘 감성은 야시장을 떠올리게 다. 회색 벽으로 정제된 학교 건물 앞에 막 자리잡은 노점상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한 학생은 "서울시 정책처럼 디자인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어야 한다"면서 "대외이미지 문제가 잇으니 어느 정도 걸러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뒷 정리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학생회관에서 근무한 경비원은 "노점상이 들어서는 날은 학생회관과 근처 쓰레기통이 넘쳐난다"면서 "치우는 것은 고스란히 경비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 입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있다. 한 학생은 “캠퍼스 주권은 학생이 아닌 소유자 재단에 있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상행위라 해서 반대하는 건 재단법인의 재산권 침해”라면서 “학생들 학습이 방해받은 건 안타깝지만 캠퍼스 행사 유치 역시 재산권 행사다. 학습권이 재산권에 우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이 설문조사에서도 8명 학생이 ‘괜찮다’ ‘아주 괜찮다’고 답했다.

▲ 정문엔 학생들 ‘교육환경’을 주장한 푯말이 서있다. <연세정신과 인권> 필수교양에 반대한 집회가 있은 후다. 도서관 앞 노점상이 줄 지은 날에도 푯말은 다만 그곳에 서 있었다.

정문엔 학생들 교육환경 요구하며 <집회 금지> 푯말 ...도서관 앞으로 눈 돌려야

연세대가 지난 9월 <연세정신과 인권>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보수 단체가 정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여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에 연세대는 '교육환경 문화를 저해한다'며 정문 앞 푯말을 세우고, 향후 시위는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문 밖의 집회가 ‘교육환경 문화’를 저해했는지는 의문이다. 집회가 열린 정문 밖은 강의동과 도서관 같이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가까운 공학원이 100m 밖에 떨어졌으며, 학생들이 몰리는 도서관 등은 캠퍼스 깊숙이 안쪽에 있다. 정문 밖 집회도 학생들 수업권 위해 정리하는 학교 측이 도서관 바로 앞에서 열린 노점상들을 허용한 건 이중잣대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입장도 더 정리하고, 공들여 쓰고 싶었는데... 다른 일에 치여 미루고 미루다 먼저 올립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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