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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DITOR Jan 07. 2020

[2019.5] 겁을 안 내는 게 중요해

What We're Reading #198

자정이 가까워진 밤, 심드렁한 얼굴로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웠습니다. 침대맡에는 읽으려고 사둔 책, 읽다 만 책, 거의 다 읽은 책 이렇게 세 권이 놓여 있었죠.


무슨 책에 손을 뻗을지 고민하기 전, 핸드폰으로 SNS 앱을 켰습니다. (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딴짓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건 저뿐만이 아닐 거라 믿습니다) 그날 피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그중 제 시선을 끄는 게시물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봉준호를 찾아서>.


대한민국청소년미디어대전 2015년 출품작인 이 다큐멘터리의 작품 의도는 간단합니다. '봉준호 감독님을 만나 조언을 듣고 싶어 시작한 다큐멘터리'. 봉준호 감독을 열렬히 좋아하는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학생 3명이 '봉준호 감독님을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담아 그를 찾아 나선 이야기를 담았죠.


봉준호 감독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합니다. 봉준호 감독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화를 걸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며, 메일을 쓰고 또 썼습니다. 까이고 까여도 무조건 직진했죠. 그 과정에서 시도가 실패를 거듭하자 가벼운 의견 충돌도 벌어졌고요.


세 명의 학생이 '무조건 직진, 어떻게든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도 흥미로웠고, 노력과 운이 만나 봉준호 감독을 만나게 된 순간도 재밌었습니다. "이 일은 대부분 힘들다. 그래도 집착과 열망이 있으니 계속 가는 거다.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라고 봉준호 감독이 학생들에게 건넨 말도 기억에 남았고요.


그런데 영상에서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홍경표 촬영감독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을 만나야겠다는 학생들의 불타는 집념이 담긴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은 홍경표 감독이 그들에게 선뜻 먼저 시간을 내준 것이었죠. 잘 찾아왔다며, 대시하는 너희들이 기특하다면서요. 봉준호 감독을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계속 노크하라며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겁을 안 내는 게 중요해.
살면서.


이들에게 "더 직진해도 괜찮다"라며 격려하고, 봉준호 감독에게는 따로 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넌지시 건네며 오작교(?)가 되어준 홍경표 감독이야말로 제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달까요. 타인의 필요를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의 메시지가 살아있으면서도,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또 해내는 사람. 그가 '너희 때는 겁을 안 내는 게 중요해'라고 말하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물론 이 학생들은 홍경표 감독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써서 봉준호 감독을 만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홍경표 감독을 만났기 때문에 이들이 목적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얻은 메시지는 두 배, 세 배로 풍성해졌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겁을 내지 않고 덤벼든 선물일지도 모르고요.


4년이 흐른 지금, 이 학생들은 어디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 글을 볼 리는 없겠지만,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겁내지 않고 덤벼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덕분에 저도 "겁내지 않고 덤벼도 괜찮다. 겁내지 않는 게 중요하더라. 살면서."라고 말할 수 있도록 살고 싶어졌으니까요.


2019년 5월 31일

뭐부터 겁 없이 도전해 볼까 고민 중인

박혜강 드림




PUBLY 팀이 보고 읽은 이번 주 콘텐츠


• Jay Park: Chosen1 [예고편] 영상 보기

#1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내가 가진 재능도 잘 살펴보세요. 쉽게 가려고 하지 마세요. 세상을 속일 수는 없어요. 문화나 예술은 꾸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2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다 성공했으면 좋겠고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다 잘 돼서 가족도 잘 챙겼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자랑스러워하고 가족들이 그 좋은 에너지를 다른 곳에도 전하면 좋겠어요. 제가 가족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우리 가족이 이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다면 제가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AOMG를 만들었고 지금 아주 완벽하죠.


= 혜강: 한 달 전, 휴가를 떠난 곳에서 만난 친구가 요새 본 영상이라며 유튜브 오리지널 박재범(Jay Park)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지 않는 제가 두 번이나 돌려본 영상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야망'과 '그릇'이 큰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고(둘중 하나만 큰 사람은 자주 봤지만 둘다 크긴 쉽지 않죠),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그 길을 걷는 크루들을 대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습니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4편 모두 추천합니다.


[인터뷰] '20년 엔씨맨'이 10년간 들은 얘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제안 - 에누마 김형진 전문 읽기

어떻게 보면 작을수도 있는 그 차이가 성인이 됐을 때 큰 차이를 부른다. 엑스프라이즈를 설계한 곳이 미국의 USAID(대외 원조를 담당하는 미국의 정부 기관)인데, 거기서 그런 논문이 많이 나온다. 아이가 서너 문장으로 된 글을 이해할 수 있나 / 없나, 두 자리의 받아올림 있는 덧셈을 할 수 있나 / 없나. 이렇게 분류한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차이가 났던거지. 수입이라든지 학력 같은 게.

그게 어떤 극단적인 차이가 아니다. 그 나이대에 그걸 알면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런 연쇄 작용이 차이를 부르는거지. LOL의 스노우볼링 같은 거다.


= 혜강: 전 세계 아동 문맹 퇴치를 주제로 펼쳐진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에서 영국 비영리단체 원빌리언과 함께 공동우승을 차지한 에누마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막연히 응원하고 있었는데, 기쁜 소식을 들으니 저도 덩달아 기쁘더군요. 최근 기사가 꽤 많이 나왔지만, 작년에 재밌게 읽었던 인터뷰를 다시 골랐습니다. 작은 차이를 섬세하게 인지하고, 그것을 기술로 풀어내는 회사. 이수인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 에누마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시장에서의 성공도 이루어 나가길 기대합니다. 그 겁 없는 도전이 제게도 큰 울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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