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브렉 2020년 2분기 마음대로 결산하기
2020년 3월 마지막 주에 시작한 에그브렉은 무사히 2분기를 마쳤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2분기 레이스를 마무리한 기념으로 한 주간 셀프 휴가를 선사했다. '유후, 한 주 쉰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휴가는 늘 달콤쓰...) 생각하다 잠시 멈칫. '그래서 2분기에 에그브렉은 뭘 했지?'
맘 잡고 쓰려면 또 요상한 완벽주의가 발동해서 발행과 멀어질 수 있으니, 일단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정리해보기로 했다.
3월 26일(목)에 첫 북스레터를 발송한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보냈다. 6월 26일(금)까지 총 14개의 레터를 발송한 셈. 오랜만에 첫 발송 전날(3월 25일) 일기를 펴봤는데 걱정과 염려가 한가득이다. 과거의 쫄리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묘한 이 기분이란(...), 1호를 다시 봐도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니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일단은 전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14번의 발송으로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
목요일에는 마감을 했다! 현재 에그브렉은 금요일 오전 11:50에 발송하고 있다. 14번의 레터를 발송하면서 금요일 오전을 평안한 마음으로 맞이했다는 걸 잘한 일로 꼽고 싶다. 매주 목요일의 나 칭찬해. 다년간의 마감 생활도 다 쓸 데가 있다...(?)
목요일에는 늘 새벽에 잤다. 이 패턴을 벗어나려고 미리 레터를 만들어두기도 해봤다. 허나 그런 날에는 목요일 밤에 내용을 뒤엎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 결론은 미리 써놓든 아니든 목요일에 잠드는 시각은 비슷했다는 것. 3분기에는 소중한 목요일 새벽을 지켜주고 싶다.
첫째, 구독자 500명 돌파. 500명 자체가 특별하다기보단 상징적인 숫자라서 기억에 남는 듯하다. 에그브렉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서점에 가면 책 정보는 다 있는데, 신간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얼마나 볼까?'라고 던졌던 질문에 나름의 답을 얻은 기분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고.
둘째, 사이드 프로젝트로 소소한 수익 달성. 뉴스레터를 보고 제안을 준 사서 커뮤니티에 3개월간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에그브렉의 콘텐츠는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왜 필요할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이기도 해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
셋째, '스요레터: 뉴스레터 보내는 마음들' 출연(?). 에그브렉을 기획하면서 해본 생각들을 정리해 브런치에 올렸는데, 그 글*이 스티비 팀이 발행하는 스요레터에 다른 네 편의 글과 함께 실렸다. (그렇지만 조만간 올리겠다던 에그브렉 제작기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고... 늘 마음 한편에 묵혀두고 있.. 흑흑)
* 관련 글: 제가 뉴스레터를 시작해볼까 하는데요(2020.04.24)
매 호 신간을 소개하면서 두 가지 방법으로 에그브레이커들의 관심 책을 살펴보고 있다. 하나는 레터 상단에 안내-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표지 사진을 눌러주세요. 네이버 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한 것처럼 자세한 책 소개를 보려고 표지를 누를 때 카운트되는 숫자이고, 또 하나는 레터를 다 읽은 후 '흥미로웠어요'를 누르면 뜨는 흥미로운 책 투표이다. 표지도 누르고 흥미로웠어요도 눌러 투표도 하게 되면 카운트가 중복되지만, 몇 번 살펴보니 이런 경우는 많지 않아서 아직 따로 거르지 않고 있다.
2분기에 소개한 책들 중에서 가장 많은 클릭(+투표)을 받은 열일곱 권*의 책은 다음과 같다.
* 공동 1위를 했던 책들이 몇 개 있어서 열네 권이 아닌 열일곱 권이 되었다.
[3월 4주 차] 아무튼, 메모
[4월 1주 차] 나는 좁은 길이 아니다
[4월 2주 차]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4월 3주 차]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4월 4주 차]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5월 1주 차] 도쿄 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5월 2주 차] 위를 봐요!
[5월 3주 차]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5월 4주 차]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공동)
[5월 4주 차]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공동)
[5월 5주 차] 프레드릭
[6월 1주 차] 문과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되다
[6월 2주 차] 생각하는 여자(공동)
[6월 2주 차] 집의 귓속말(공동)
[6월 3주 차]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공동)
[6월 3주 차]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공동)
[6월 4주 차] 더 터치: 머물고 싶은 디자인
'신간 소개한다더니 왜 신간이 아닌 책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모두 신간이 아닌 이유는 구간-신간 가리지 않고 추천하는 '우리가 발견한 책' 코너가 있기 때문. 에그브렉이 직접 꼼꼼히 읽은 책을 리뷰하기도 하고, 에그브레이커가 추천해준 책과 발췌한 문장을 소개하기도 한다.
아무튼, 2분기 에그브렉을 통해 소개된 책 중에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책들이라 그런지 모아놓고 보니 반지르르 윤기가 나는 것 같기도. (착시현상 주의)
2분기에 새롭게 도전해본 일 중 하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활용한 온라인 독서모임이었다. 두 가지 니즈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신간을 소개하며 '이 책은 꼼꼼하게 좀 정독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있었고, 지인들로부터는 "에그브렉 보고 책을 샀는데, 좀처럼 읽을 시간이 없다"는 피드백을 종종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일정 부분을 책 읽는 시간으로 확보하고 읽은 내용을 가볍게 나누면 어떨까? 다양한 의견이 오가면서 완독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가볍게 만들어본 게 '리딩타운'의 시작이었다.
(막간을 활용한) 리딩타운 안내서
1) 리딩타운이 뭔가요?
에그브레이커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나누는 마을입니다. 책 한 권을 빡세게 뽀개기보다는 책 읽을 시간을 함께 만들고, 가볍게 북토크를 주고받는 곳이에요.
2) 리딩타운에서는 뭘 하나요?
온라인에서 만나 한 권의 책을 2주간 함께 읽으면서 각자 '인증'합니다. 전체를 다 읽은 후 1시간가량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3) 리딩타운은 언제, 어떻게 찾아가나요?
현재는 에그브렉에 이벤트 안내가 나갈 때만 오픈하고 있어요. 리딩타운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활용해서 열립니다. 찾아오실 수 있게 에그브렉이 초대장을 날려(?)드려요.
4) 어떤 경우에 참여하면 좋나요?
- 에그브렉을 보고 "이 책이야!" 싶어 후다닥 주문했는데, 막상 읽을 시간이 없어 고민했다면
- '이 책은 이야기 나누면서 읽으면 더 좋겠다!' 싶은 책이 있었다면
- 같은 책에 흥미를 갖고 있는 에그브레이커들이 궁금하다면
2분기에 리딩타운에서 함께 읽은 책은 총 세 권이었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언컨택트>.
각각 13명, 7명, 6명이 모여서 14일간 '인증'하고 책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이라 운영상의 미흡함이 있었을 텐데, 각자의 방법으로 열심히 참여해주신 에그브레이커들 덕분에 온라인 책모임의 가능성을 느끼기도 한 시간이었다. 특히 함께 읽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나올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책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순간들도 기억에 남는다. 참석한 분들이 주신 피드백을 토대로 보완해서 다음에는 또 다른 책으로 리딩타운을 열어보고 싶다.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은 아쉬웠는지 자세한 리딩타운 후기는 따로 써볼 예정. (이렇게 공수표는 늘어가고...)
에그브렉은 매 호 에그브레이커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책에 투표해야 피드백을 쓰는 칸이 나오지만) 코멘트가 많이 오는 날도, 거의 오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개수에 상관없이 늘 설렜다. 지금 돌아보니 이 설렘 덕분에 2분기를 무사히 달린 게 아닌가 싶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올렸지만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공개하기로. 매번 감사한 마음을 담아 코멘트를 캡처한다. 그중 몇 개의 코멘트만 추렸다.
에그브렉의 지극히 주관적인 2분기 결산과 아마도 객관적인 2분기 결산은 여기까지.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3분기도 '요새 나오는 책 궁금할 땐' 에그브렉과 함께해요. :)
[(그냥 가면 서운하니까) 에그브렉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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