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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Sep 03. 2021

매번 떨리는 건강검진, 나의 건강 성적표





살 안 쪄서 걱정했던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먹는 양과 식욕은 곁에서 매번 보는 사람이 아니면 도무지 믿질 못했다. 말을 많이 하고, 많이 놀고, 늘 쾌변 해서 살이 안 찌는 게 아닐까 하는 배부른 생각까지 하고 살았다. 응, 아니야- 어려서 안 쪘던 거야.




이땐 그랬다. 진짜 몰라서! 몰라서 유난 떨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이나믹듀오 노래 중,

"하루를 밤새면 이틀을 죽어, 이틀을 밤새면 나는 반 죽어"라는 가사가 있다.

이 가사가 너무나도 깊이 와닿는 30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루를 밤새면 이틀이 뭐야? 3일은 죽을 듯. 이틀을 밤새면? 일주일을 좀비처럼 보내든지, 병원에 실려가든지 둘 중 하나일 듯하다.











대사증후군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대사증후군 관리 대상자라는 우편을 받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알고 싶지 않던 사실로 뼈를 맞은 기분이었다. 나라에서 내 뱃살에 도장을 찍어준 기분. 아, 아프다. 뼈가 없어져 순살이 될 것 같다.








병원 나들이는 중년이 되어서야 할 줄 알았는데. 이제 피곤해지면 내 몸의 제일 약한 부분인 목이 1번으로 아프기 시작하고, 인후염과 편도염이 순서대로 찾아온다. 그다음은 질염. 그런데도 무시하면? 작년처럼 급성신우신염 코스를 타는 것이다. 몸의 원성을 무시하고 스파르타식으로 대하려 했더니, 아주 제대로 시위를 벌인다.




열심히 살아보겠다며 조금 무리해서 움직이면, 내가 나를 모셔야 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하루 열심히 살고 3일을 드러누우면, 아니 대체 일은 언제 하고 돈은 언제 버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술을 하고 나니 작업이고 돈이고 뭐고 내 몸이 먼저다. 일단 아프면 일은 물론 노는 것도,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다 어려워지니까. 무조건 다 건강하고 볼 일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먹어도 안 죽어, 이거 해도 안 죽어~"

그렇지. 안 죽겠지. 하지만 안 죽는 채로 오래 고생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마음고생, 몸 고생을 하고 나서야 내 몸을 대충 대하는 게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는지 알게 됐다. 정말이지 먹는 것, 움직이는 것의 제약을 받으며 수명 연장을 하고 싶진 않다. 난 자유 없는 삶이 제일 두렵다. 조금 딴 이야기이지만, 오늘의 노력을 쌓는 이유도 역시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니까!





근종도 제거했고, 걱정했던 유방과 갑상선 검사도 아무 이유 없이 마무리했다.

이제 다음 종합검진 전까지의 목표는 체지방률을 낮추고 뱃살을 줄이는 것, 근육량을 높이는 것이다. 체내 지방은 염증을 유발하는 요소이니, 과한 지방은 없애주는 게 당연히 이득이다.


오래도록 자유로운 삶을 위해 오늘의 건강을 쌓을 것이다.

내가 건강하고 싶은 이유는 오직 그뿐이다. 자유롭게 먹고 마시고 삶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그렇게 나이들어 진정으로 행복이 익숙한 할머니가 된다면.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쓰윽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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