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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Sep 08. 2021

대체 불가능한 나를 위해, 도마뱀 뇌 길들이기

세스 고딘의 <린치핀>을 읽고 나서



평범한 톱니바퀴로 끝날 것인가,

작지만 강한 린치핀으로 거듭날 것인가.




조직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

노동과 임금을 맞바꾸는 데 머물지 않는 사람.

자신의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세상에 기부하는 사람.

인공지능은 넘볼 수 없는, 세상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탐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린치핀>이라고 부른다.




퇴사했을 때의 나의 심경을 다시 한번 끄집어 내주었던 책 소개의 문구들.

그래, 내가 이래서 퇴사를 했었지. 톱니바퀴 중에도 하급 톱니바퀴가 된 기분이 드는 걸 멈출 수가 없어서 퇴사를 했었다. 퇴사한 나의 마음과는 별개로 세상도 이미 변하고 있다.



대량 생산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어떤 분야에서든 '예술가'의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여기서 예술이란,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한 선물이며 대가 없이 주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그림, 조각, 작곡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술이 되는 것도 아니며 더 많은 사람들을 바꿀수록, 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수록 더욱 훌륭한 예술가이다. - 세스 고딘 -



요즘은 개인 브랜딩 시대이다. 어떤 분야의 일이든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호혜관계를 노리지 않고 마음을 다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떠오르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지지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세력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흐름으로 향하려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 바로 <도마뱀 뇌>이다.






도마뱀 뇌는 단순히 개념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몸에 실제로 있는 부분이다. 이는 우리 몸의 척수 맨 윗부분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 뇌에서 가장 처음 진화한 부분이며 자궁에서 가장 처음 나타나는 부분으로, 생존의 문제에 관여하는 도마뱀 뇌. 100만 년 전부터 인간의 뇌에 존재했던 만큼 인간에게 야생동물의 특성을 발현하도록 만드는 부분이다. 도마뱀 뇌가 성질을 내버리면, 진화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피질은 금세 움츠려 들고 해야 할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 도마뱀 뇌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미루고, 일에 진척이 생기며, 잘하던 작업을 마무리짓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도마뱀 뇌는 바로 저항의 원천이다.





저항은 아이디어가 터져 나올 때, 선물을 받았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처할 상황을 두려워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도 전작의 큰 성공 이후 이 저항 때문에 다음 집필 활동이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완성해 제본을 앞둔 책을 출력소에서 통째로 쓰레기통에 던졌다고. 다시 작업을 하는 데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도마뱀 뇌는 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피질은 행복하도록, 성공하도록,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를 구성하도록 돕는다. 긴급한 상황이 오는 경우, 무조건 도마뱀 뇌가 이긴다. 그러니 도마뱀 뇌, 즉 우리 마음의 저항과 두려움을 달래고 길들이며 끝까지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저항은 편안함을 찾고 또 숨고 싶어 한다.

비상금도 마련해두었고, 하고 싶은 일이 분명했으며, 회사에서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져 충분히 퇴사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플랜 B를 찾느라 미적대던 내가 떠오른다.

"꼭 해낼 거야!" 하는 마음은 도전하는 영역에 적용하고, "안되면 뭐, 어쩌라고?"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은 이미 열심히 진행 중인 일과 내 손을 떠난 일의 성공 여부에 겁이날 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쓰면 쓸수록 내 얘기인 도마뱀 뇌. 다시금 책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 이렇게 가끔씩 죽도로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자극을 주는 책들은 무조건 사서 구비해놓는다. 내 마음의 비상약으로 미리 저장하는 느낌.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불편한 상황을 자처하는 것. 노력과 계획으로 저항을 이겨나가는 것. 실패도 일을 해낸 것으로 간주하는 것. 도마뱀 뇌를 이기고 싶은 내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불안의 힘에 휩쓸리는 순간, 대체 불가능한 <린치핀>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견뎌내고, 시작하고, 완수하기. 그림으로 여러 가지 일을 즐겁게 해 보려는 내게 꼭 필요한 책이었고, 책을 읽는 내내 형광 색연필로 밑줄을 좍좍 그어댔다. 확실히 여러 번 읽고 꼭꼭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의미가 있는 책이다.

좋아하는 책인데 정리를 잘 못할까 봐 블로그에도 업로드를 꺼렸던 책 리뷰인데, 이렇게 올리니 아주 속이 후련하다. 책 리뷰를 저항하던 도마뱀 뇌를 이겼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까지!


글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무조건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톱니바퀴가 되기 싫어 회사를 박차고 나왔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꼭 린치핀처럼 살아가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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