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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 Jul 03. 2019

새로운 출발

캘거리 새댁의 이민일기 #1

 

2013년 8월 9일, 캐나다 땅을 밟았다.

비행기 티켓을 결재하고 오랜 기간 동안 나의 캐나다행을 반대했던 엄마, 아빠한테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겁 없고 내가 한번 결심했던 것은 꼭 하고 마는 내 성격에 두 손 두발 다 드신 부모님을 등 뒤로 하고 쿨하게 인사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 엄마는 분명 나를, 피도 눈물도 없는 년이라 생각했을 거다.

엄마의 눈물에도 울지 않았던 나는, 베프 해리가 써준 손편지를 읽으면서 비행기 안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나와 함께하고 있는 이 세상 둘도 없는 나의 베프 해리. 그녀는 나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면서도 진심 어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걱정 마. 나 잘살게.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계속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집어삼켰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그렇게 9시간을 날아와 밴쿠버 공항에서 캐나다 입국심사를 하고,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을 날아와 캘거리 공항에 도착했다.

오랜 비행 끝에 피곤에 쩔은 모습으로 내 몸 같지 않은 몸을 이끌고 입국 게이트를 나오는데, 게이트 바로 앞에 보이는 남자 친구의 손에는 장미꽃 한 다발이 들려있었다. 역시 그의 센스는 변함이 없다.

나를 꼭 껴안고 미친 듯이 뽀뽀세례를 퍼붓는 그는 여전하다. 남자 친구 옆에 있는 남자 친구의 누나, 그리고 그의 매형을 의식하지도 않는 그가 사뭇 귀엽기도 하다.


딱 10개월 만이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라 쓰고, 현 남편이라 읽는다)를 캐나다로 1년 6개월 전에 먼저 보냈었다. 내가 뒤따라 갈 테니 먼저 가서 자리 잡고 영주권 진행하고 있으라고. 롱디 커플의 큰 고충은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다. 남자 친구를 보내고 10개월 후에 내가 2주 동안 잠시 캐나다로 놀러 왔었다. 엄마, 아빠는 아직도 이 사실에 대해 모르신다.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캐나다 방문이었다.


캐나다 이민을 결심한 나에게 사람들이 말했었다.

캐나다에서 영주권을 받으려면 최소 2-3년은 예상을 해야 하고, 그 중간에 과정이 꼬이게 되면 시간이 훨씬 지연되면서 영주권 받는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고.. 각오해야 한다 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고 살았던 남자 친구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원어민이고,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살고 싶었던 나 또한 영어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민에 성공하려면 돈, 혹은 언어의 요건 중에 적어도 하나는 무조건 충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우리는 언어의 조건이 충족되니까 실패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자 이제 캐나다에 왔으니 어디 한번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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