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i Jul 06. 2019

애증의 스타벅스

#1  2015년 12월 1일 


2015년 12월 1일. 내가 스타벅스에 하이어 된 날이다.

캐나다에 와서 플로리스트로 계속 일했었고, 중간에 팀홀튼(Tim hortons)에서도 잠시 일했었다. 

팀홀튼에서 잠시 일하는 동안 얼마 안 돼서 바로 수퍼바이저 프로모트 제안을 받았지만 그만두고,

한국에 나가 한 달 동안 신나게 놀다가 들어와서 바로 스타벅스에 지원하고 인터뷰 보고 하이어 됐다.


매니저는 일본인 남자였다. 어렸을 때 캐나다로 이민 와서 자란 이민 2세 일본계 캐나다인.

인터뷰를 1시간 남짓 봤던 거 같다. 어찌나 꼼꼼하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던지 인터뷰가 끝 이날쯤엔 진이 다 빠졌다. 

매니저의 마지막 질문은 "Do you have any questions for me?" 였는데 거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 누가 들어도 당돌한 대답이었다. "Yeah. Are you gonna hire me?" 

이 당돌한 대답에 매니저는 살짝 웃으면서 이리 응했었다. "I will give you a call later."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난 확신했다. 난 100% 하이어 됐다고-

집에 와서 남편에게도 "여보 나 하이어 된 거 같아. 매니저가 날 맘에 들어했어!" 라면서 한껏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남편은 "하이어 안되면 어쩌려고 그러나..."라고 걱정 어린 마음을 드러냈지만 난 내 직감을 신뢰하기 때문에 확신했던 거 같다.


며칠 뒤인 12월 1일, 매니저에게 전화를 받았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할 수 있겠냐며 - Of course! 

합격 전화를 받고 기뻤지만 그때부터 내심 걱정이 됐다. 하.. 그 수많은 레시피들을 언제 외우고 언제 적응하지.. Drive Thru Store라서 그거에 적응하려면 힘들 텐데..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Timhortons에서 이미 Drive Thru를 경험하고 잘했었지만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 그다음 주 월요일이 왔다.

첫 주는 트레이닝 기간이란다. 매니저가 날 트레인 시켜줄 사람이라면서 소개한 아이는 Lexy라는 이름을 가진 백인 여자였다. 

렉시는 Shift Supervisor 들 중 하나였고 매니저 말로는 일을 참 잘한다고 했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려 보였고 첫인상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역시 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렉시는 정말 못되고 인성이 덜 된 아이였다.

렉시와 함께한 일주일 트레이닝 기간은 정말 지옥이었다.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해 보라고 시키는데, 내가 서투르게 하면 온갖 짜증을 내면서 틱틱대고 날 무시하는 발언들을 시도 때도 없이 했다.

그럴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고, "아... 내가 내 제자뻘 되는 여자아이한테 내가 이딴 대우를 받으면서 왜 이 나라에서 살고 있을까? 왜 내 나라를 두고 이 먼 곳까지 와서 별로 되지도 않은 돈을 벌기 위해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본래 내 성격 같아서는 나도 맞받아치고 뭐라고 했었을 텐데, 한국인들 특징들 중 하나인 "눈치보기"가 내 혀를 붙잡았다. "아직 내가 잘하지 못하니까 내가 같이 뭐라고 하면 좀 그런 거 아닌가? 참아야지 내가" 이러면서 내 성질을 누르고 또 눌렀다. 진심 화병 날 뻔!


집에 와서는 남편에게 온갖 불평과 불만을 토해냈는데, 그때마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남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민자들이 다 이런 대우를 받고 산다. 그나마 자기는 영어를 할 줄 알아서 덜한 거다. 영어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서러운 일들을 많이 겪는 줄 아느냐.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어디서도 못 살아남는다."라고 말하면서 내 편을 1도 안 들어주고 저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나 해대며 날 더 열 받게 했다.

내 편이 아니고 마치 렉시편을 드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물론 다 맞는 말이었지만, 난 많은 걸 바란 게 아니고 그냥 내 속상한 마음을 공감해주고 같이 욕 한번 시원하게 해 주길 바랬던 건데.. 서운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


혼자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흥!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어디서도 못 살아남는다고?? 두고 봐. 내가 진짜 일 빨리 배우고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빨리 승진할 거야. 

그리고 렉시 너, 내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 결혼 준비 첫번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