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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onface Mar 06. 2021

10월은 그렇게 간다_7

07. '보호자' 분께서 결정해 주세요.

"선생님... 선생님이라면 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전 병원으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된 그녀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것 같았다. 어디에도 방법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포기하고 상황 앞에 두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애원이라도 해야 했다. 막상 달려간 담당 의료진 앞에서 그녀는 서러운 눈물밖에 나지 않았다. 의료진 역시 이들의 얽힌 듯 꼬여버린 상황과 자신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시스템에 안타깝고 난감해했다.


"다른 곳을 알아보셔야겠지만 이곳에서 치료를 받기를 원하시면 진료 의뢰를 해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진료가 언제 가능한지, 받는다 해도 여기에서 입원할 수 있을지, 수술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 확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의료진은 그녀에게 불확실성에 대한 믿음의 패를 던졌다. 선택을 해야 했다. 불확실하지만 기다려보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봐야 하는지. 그의 고통조차 헤아릴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의료진조차 꺼리는 대답 속에서 어떤 선택이 그에게 나은 방향이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녀에게 선택은 무겁게만 느껴졌다.


"진료 신청해주세요."

그녀는 지금 그의 '보호자'로 이곳에 서있었다. 불확실함 속에 무모할지 모를 선택에 대해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다시 그를 아무것도 조치할 수 없는 집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빗줄기 속에 운이라도 좋아 비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게 응급실이라도 빨리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기약 없는 시간의 순서 속에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갈 힘과 격려가 필요했다.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아보면 있을 거야." 누워 있는 그를 보며 어딘가에 놓여 있을지 모를 희망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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