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8개월에 접어들었다.
8개월은 두려움에 가까운 낯설다는 감정이 적당한 불편함으로 희석될만한 시간.
번잡한 도심, 묘기에 가까운 운전, 운을 시험하는 주차 자리 찾기,
'쾌적'과 거리가 먼 지하철, 여유가 필요한 버스 배차 시간, 절차가 비교적 복잡한 의료 서비스,
2% 부족한 한식 등.
그 가운데 제일은 '셀프'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비용에 마음이 쓰라려 결국 스스로 해결하는 상황이 많다.
일례로 집 안에 열쇠를 놓고 나왔다가 열쇠수리공을 불렀는데,
한화로 2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그야말로 눈물을 머금고 돈을 냈다.
마트의 열쇠 복사기는 복선이었나
그 이후로 이른바 '셀프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달까.
신발장의 여닫이 문이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
한 달 넘게 여닫이 문을 반쯤 열어놓고 지내다가 주말에 고치기로 했다.
남편은 조립형 가구를 주문했을 때 함께 온 나무 망치를 이용해 신발장을 고쳤다.
삐그덕거리던 주방의 가스레인지 손잡이, 창문 손잡이도 스스로 고쳤다.
한국에서 가져온 벽걸이 텔레비전, 미국에 오자마자 큰맘 먹고 새로 산 텔레비전도 스스로 설치했다.
미국에서 설치하려면 설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한다.
요즘에는 셀프 염색을 시작으로 셀프 커트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나는 셀프 커트는 엄두가 안 나 긴 머리를 고수하고 있고, 남편은 커트 용품을 사서 쓰겠단다.
우리의 셀프력을 시험이라도 하는걸까.
엊그제 세탁기가 고장났다. 설계 도면까지 찾아 이런 저런 수를 써봤으나 소용이 없다.